아이를 낳기 위해 사망한 남편 몸에서 정자를 추출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는 소송에 대해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WA)주 대법원이 원고인 60대 여성의 손을 들어줬다.
3일(현지시간) 호주 ABC 방송에 따르면 한 62세 여성은 지난해 12월 17일 오전 남편이 갑자기 사망하자 다음 날 주 대법원에 이 같은 내용의 긴급 심리를 요청했다.
2013년과 2019년 각각 딸과 아들을 잃은 이 여성은 남편 사망 전 남편 정자를 이용,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얻는 방안을 논의했었다고 주장했다. 부부가 함께 병원에서 검사도 받았다는 것이다.
피오나 시워드 판사는 사망한 남편이 자기 몸에서 정자를 추출하는 것에 반대할 것으로 볼 이유가 전혀 없다며 이를 허가한다고 판결했다. WA주에서는 의학적인 이유가 있으면 사망한 사람의 신체에서 조직 등을 추출할 수 있다.
다만 이 여성이 사망한 남편 몸에서 정자를 추출한다고 해서 바로 수정을 통해 아이를 얻을 길이 열린 것은 아니다. WA주에서는 사망한 사람 생식 세포를 사용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정자 추출을 허용하되, 이를 사용하는 건 불가하다는 뜻이다.
시워드 판사 역시 판결문에 법원 동의 없이는 추출한 정자를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이 때문에 해당 여성이 남편 정자를 활용해 아이를 얻으려면 사망자 생식 세포를 사용할 수 있는 퀸즐랜드주와 같은 다른 주로 정자를 보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WA주 생식 기술 위원회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으로 아이를 얻는 게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윤리적 또는 사회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WA 대학 생식의학과 로저 하트 교수는 “호주 대부분의 체외 수정 병원에서는 임신 당시 부모 중 적어도 1명은 50세를 넘지 않도록 권장한다”며 “이 여성이 사망할 경우 누가 아이를 돌볼 것인지 고려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