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LCC)가 출범 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FSC를 국제선 승객 수에서 앞지를 전망이다. 국내 주요 LCC는 연 매출 기준 ‘1조원 클럽’ 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대형항공사(FSC)는 화물 매출이 주춤했지만, 여객 매출로 메꿨다. 국내 항공사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 주요 항공사들은 높은 컨센서스(실적 추정치)를 발표했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은 연결 기준 각각 1조6185억원, 1조3155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진에어는 별도 기준으로 1조3082억원의 매출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코로나 이후 연간 영업이익에서 빨간불이 들어왔었다. 그러나 모두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이 높은 순으로 보면 진에어, 제주항공, 티웨이로 각각 1547억원, 1546억원, 1532억원이다.
FSC 중 대한항공은 별도기준 14조5050억원의 매출과 1조768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연결기준 매출액이 7조5590억원, 영업이익 651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2%, 8.8%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는 코로나19 리오프닝으로 항공수요가 폭발하는 ‘펜트업(Pent-Up·위축된 경제활동이 해소됨)’ 효과로 주요 항공사들이 수혜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LCC 국제선을 이용한 승객 수가 FSC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노재팬’으로 주춤했던 일본 노선 이용 고객과 동남아시아 등 중·단거리노선을 중심으로 이용객이 몰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LCC 9개 사의 국제선 이용객 수는 총 2169만2604명이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이용객보다 약 106만명 더 많은 수치다.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지난달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로써 LCC가 출범 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FSC를 국제선 승객 수에서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항공업계는 엔데믹 이후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 항공사 대표들은 신년사에서 이를 강조하며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비록 커다란 위기가 지나갔지만, 우리 앞에 놓인 길은 순탄치만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조 회장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공급망,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인한 문제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봤다. 특히 펜데믹 기간 매출을 일정 부분을 책임졌던 화물사업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말이 의아하게 들릴 수 있지만, 우리가 가장 잘 해왔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가꿔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는 “더 적극적인 시장 대응과 영업활동으로 수익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변화무쌍 시기에 민첩하게 대응해 지속 가능한 1등 LCC 동력을 갖추자”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