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3형제’ 통합 기대감 속 가족 경영 우려도

입력 2024-01-04 00:03
왼쪽부터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과 그의 동생·아들인 서정수 셀트리온 부회장,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 셀트리온 제공

‘통합 셀트리온’ 출범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의약품 개발·생산·유통 시스템 통합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에 이어 다음 합병 대상인 셀트리온제약은 새해 들어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주가가 연일 오르고 있다. 일각에선 서정진 회장의 동생과 아들이 통합 이후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에 대해 우려도 제기된다.

3일 셀트리온제약 주가는 전날보다 7.76% 상승한 12만9100원에 마감했다. 이틀째 강세를 보인 셀트리온제약 주가는 장중 13만3300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또 경신했다. 셀트리온제약은 전날에도 29.93% 올라 2020년 3월 이후 첫 상한가 기록하며 거래를 마친 바 있다.

셀트리온 주가는 전날과 같은 가격인 23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셀트리온 주가가 23만원선을 회복한 건 약 2년 2개월 만이다. 오는 12일 합병 신주 상장을 앞두고 기대감이 반영돼 주가가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셀트리온은 헬스케어와의 합병 이후 6개월 내 셀트리온제약을 인수한다는 2단계 목표도 세웠다. 지난달 28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헬스케어와의 합병을 완료한 셀트리온은 제품 개발부터 판매까지 전체 사업 구조를 일원화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셀트리온이 의약품을 개발·생산하고 헬스케어가 해외 판매를 맡아왔다. 합병을 통해 원가를 낮추게 되면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약 70%에 달하는 매출 원가율은 합병 이후 40%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합병 후 제품 판매 매출이 통합되면서 수익 인식이 더 명료해지고, 원가구조가 개선될 것”이라며 “그동안 높은 매출원가로 제한됐던 신규시장 진입과 입찰 참여 기회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합병으로 분산됐던 자원을 통합해 대규모 투자가 가능해진다는 이점도 있다. M&A(인수합병)나 자체 개발 등을 통해 신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셀트리온은 합병 후 2030년까지 매출 목표 12조원을 달성하고 글로벌 신약개발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 회장은 오는 7일 국내 바이오 업체들과 함께 미국 최대 제약·바이오 행사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나서 통합 셀트리온의 성장 전략과 향후 계획 등을 소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 후 처음으로 글로벌 무대에 나서면서 글로벌 업체들과의 기술거래도 활발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셀트리온 통합 과정서 경영 승계 작업과 ‘일가 경영’이 본격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 회장은 지난해 8월과 10월 합병은 경영 승계와 무관한 작업이라고 밝혔으나 이번 인사에서 그의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이 통합 셀트리온의 대표이사로 합류해 경영사업부 총괄을 맡으면서 2세 경영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서 회장의 동생인 서정수 셀트리온제약 대표가 부회장으로 승진해 비서실장으로 합류하는 점도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서 의장은 1984년생으로 서울대 동물자원학과를 졸업한 후 KAIST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2014년 셀트리온에 입사했다. 셀트리온 제품개발부문장과 셀트리온스킨큐어 경영총괄 수석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1959년생인 서 부회장은 2012년 셀트리온제약에 입사해 2016년 3월부터 대표이사로 활동해 왔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4일 “셀트리온그룹은 핵심 인물 3인의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신속하고 혁신적인 의사 결정과 성장 가속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사업 분야 세분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체계를 갖췄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