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생양아치” 발언 교사… 法 “정치 중립 위반”

입력 2024-01-03 15:23 수정 2024-01-03 15:25
국민일보 DB

수업시간에 이승만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방적 언사를 한 고등학교 국어교사가 자신에게 내려진 징계 처분이 부당하다며 처분 취소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해당 교사가 ‘정치적 중립 의무’를 훼손했다고 봤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는 경기도 안산의 한 사립고 국어교사 A씨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징계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 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고교 3학년 국어 수업 중 박완서 소설가의 작품 ‘겨울 나들이’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 비방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겨울 나들이는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주인공이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단편소설로, 6·25 전쟁이 남긴 상처와 분단의 아픔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A씨는 이를 설명하면서 이 전 대통령을 ‘히틀러’ ‘생양아치’ 등에 비유하고, 윤 대통령과 보수세력을 향해선 ‘안보팔이’라고 지칭했다. 또 학생들에게 윤 대통령이 욱일기에 나치식 경례를 하고 있는 내용의 만평도 보여줬다고 한다.

A씨의 이런 행동은 한 학생이 국민 신문고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는데, A씨 소속 학교 측은 같은 해 8월 사립학교법상 품위 유지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A씨에게 감봉 1개월 처분을 내렸다.

A씨는 해당 처분이 부당하다며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 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재판에서 “겨울 나들의 주제를 현대사회의 문제로 심화해 수업을 했을 뿐”이라며 “왜곡된 온라인 문화 속에서 그릇된 가치관을 접한 학생의 신고로 징계처분을 받게 됐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는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교육의 중립’과 ‘교육을 받을 권리’를 크게 훼손했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 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전직 대통령에 대해 객관적 근거 없이 편파적 주장만을 나열했고, 대립하는 견해도 소개하지 않았다”며 “정치적 중립을 지켜 비판적 사고를 함양시키는 교수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을 비난한 부분과 관련해서도 “윤 대통령과 보수세력에 대한 비판은 전쟁과 관련됐다는 점 외에는 겨울 나들이 소설과 연관성이 없다”며 “감수성과 수용성이 왕성한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정파를 비난한 행위”라고 판시했다.

최승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