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시립 제2요양병원이 개원 10년 만에 문을 닫은 데 이어 제1요양병원은 오는 4월 폐원을 예고해 지역 공공의료 공백이 커지고 있다.
광주시는 3일 “전남대병원이 2013년 9월부터 위탁 운영해온 덕남동 시립 제2요양병원이 새 수탁기관을 찾지 못한 채 지난달 말 진료중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전남대병원은 연간 10억원 수준으로 늘어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계약종료 시점인 지난해 6월 위·수탁 재계약을 포기했다. 이후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임시방편’으로 병원 운영을 맡아왔다.
전남대병원은 최근 5년간 30억원 가까운 적자가 누적돼 시의 추가 예산지원 없이는 더 제2요양병원을 운영할 수 없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시는 새 수탁기관을 찾기 위해 그동안 4차례나 공모를 했으나 마땅한 의료법인을 물색하지 못했다.
1·2차 공모에 신청한 의료법인 1곳의 경우 첫 단계인 적격심사를 통과했다가 “낮은 의료수가 적용과 상대적으로 높은 인건비 부담으로 고질적 적자를 떠안아야 한다”며 운영 의사를 철회했다.
시가 2024년부터 2028년까지 5년간 병원을 운영할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실시한 3·4차 공모 역시 마땅한 의료법인을 찾지 못했다.
이로 인해 제2요양병원에서 전담해온 치매 환자를 위한 각종 지원사업이 일제히 중단되는 등 공공의료의 차질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 병원에 최근까지 입원 중이던 저소득층 환자들도 24시간 상주하는 무료 간병인 지원 혜택을 못 받게 됐다.
이와 함께 간호사 등 60여 명의 의료인력도 대부분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립 제2 요양병원은 부지 1만5385㎡ 총면적 5359㎡, 지하 1층 지상 4층에 196병상 규모다. 진료 과목은 신경과 외과 재활의학과 내과 등 4개 과를 운영해왔다.
이뿐만 아니다. 2023년 2월부터 빛고을의료재단이 위탁 운영해온 시립 제1요양병원·시립정신병원 역시 특단의 예산지원이 없을 경우 오는 4월까지만 병원을 운영한다고 ‘조건부 포기’를 예고한 상황이다.
재단 측은 시가 2024년 지원예산 명목으로 편성한 13억 8000만원으로는 병원 운영을 더 감당할 수 없다는 의견을 지난해 11월 제시한 후 폐원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재단 측은 지난해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호봉제 폐지 등 임금체계 개편을 시도했다가 노조의 단식투쟁 등 강한 반발로 지난해 80여일간의 파업사태를 겪은 바 있다.
시는 시립1·2요양병원·정신병원의 이 같은 파행에 대해 “지자체 차원에서 민간 위탁업체에 인건비·운영비를 지원해줄 조례 등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며 향후 의료공백을 막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책정한 공공의료사업비 항목 외의 추가 예산지원은 어렵다는 것이다. 시는 지방세 감소와 세수 결손으로 시립병원 지원예산을 증액하는 것은 재정형편상 힘들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에 소속된 병원 노조 측은 이를 두고 “2013년 당시 홍준표 경남지사에 의해 폐업한 진주의료원 이후 지자체장이 공공병원을 폐원한 두번째 사례”라며 시 직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송혜자 시 공공보건의료과장은 “4차례 공모에도 새 수탁자가 나타나지 않아 불가피하게 제2요양병원 문을 닫았다”며 “다른 민간병원 현황을 감안할 때 시립1·2요양병원이 없더라도 노인들을 위한 요양 병상은 충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