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목적이면 다른 직업 찾아야” 호텔 대표 발언에 ‘시끌’

입력 2024-01-03 10:45 수정 2024-01-03 13:23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영상 캡처

‘가성비 오션뷰’로 유명한 강원도 강릉의 한 호텔 대표가 방송 출연 중 취업준비생에게 “돈이 목적이면 호텔보다 다른 직업을 찾아보라”는 조언을 한 것을 두고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KBS 2TV에서 방영된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김헌성 세인트존스호텔 CEO는 ‘찾아가는 채용설명회’를 가졌다. 향후 호텔업에 취직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을 만나는 자리였다. 자신을 호텔조리학과 1학년이라고 소개한 한 학생이 “호텔 업계의 초봉이 낮다고 들었는데 요즘에 밥 한 끼만 먹어도 1만원이 넘는 시대잖아요. 혹시 초봉은 얼마나 되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 CEO는 “초봉이 높지 않다. 돈이 목적이라면 호텔보다는 지금이라도 다른 직업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부동산이나 심지어 주식도 공부하면 도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총지배인과 부장님들은 인생의 목적이 첫 번째는 돈이 아닐 것”이라며 “그렇다면 여기 이렇게 오래 근무하지 않으셨을 거다. 호텔에서 일하는 것 자체로 자부심을 느끼는 분들이 아마 이분들이지 않을까”라고 했다.

스튜디오에서 채용 설명회 영상을 본 전현무는 “참 MZ가 좋아할 말만 해주시네요”라고 비꼬며 일침을 가했다. 이에 김 CEO는 “재미로 이야기한 게 아니라 돈이 궁극적인 목표라는 사람에게 (호텔업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호텔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다른 출연자들도 “결국 돈이 중요하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직원 복지에 관한 추가 질문이 이어지자 김 CEO는 숙식이 제공되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숙박과 식대가 0원이다. 강릉 원룸의 월세가 30만~40만원, 식대가 60만원 정도라고 보면 거의 100만원을 세이브하는 것”이라며 “어떻게 보면 월급 100만원을 더 드리는 거다. 일반적으로 원룸에 들어가려면 침대랑 가구도 사야 하잖아. (우리는) 출퇴근 (시간도) 없다”고 설명했다.

김 CEO는 자신이 ‘낙하산’으로 호텔 사업에 뛰어들었다고도 했다. 그는 “저는 아버님이 하시는 사업의 일부를 물려받았다”며 “(낙하산으로 입사해서) 너무나 많은 무시를 당했다. ‘쟤는 회장님 아들이니까’라는 꼬리표가 항상 있었다. 그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 엄청 열심히 살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거창한 꿈을 꾸기보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면 언제나 원하는 자리에 와 있더라. 열심히 하다 보면 최고가 돼 있지 않을까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본 시청자 반응은 엇갈렸다. 특히 ‘돈이 목적이라면 다른 직업을 찾아라’는 발언을 두고 “현실적으로 어떤 말인지 이해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실제 김 CEO가 밝힌 세인트존스호텔의 초봉은 2800만~2900만원 사이였다. 호텔업계가 전반적으로 ‘박봉’인 만큼 고액연봉을 원한다면 일찌감치 다른 길을 찾으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결국 호텔리어도 직업인데 돈보다는 자부심을 가지라는 김 CEO의 발언이 시대에 맞지 않을뿐더러 과거 사회적으로 질타를 받았던 ‘열정페이’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다. ‘열정페이’는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 줬다는 구실로 청년 구직자에게 보수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쓰인다.

누리꾼들은 “자부심도 돈에서 나온다”, “연봉이 높아야 일할 맛도 나고 ‘내가 이 정도 되는구나’ 하고 자부심이 생긴다”, “월급쟁이들이 돈이 목적이 아니면 뭐가 있나. 자부심을 가지면 월세나 카드값을 낼 수 있나?”, “돈을 못 버는데 자부심을 찾으면 그건 봉사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