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박근혜 ‘대전은요?’ 사실 참모진이 준비한 말”

입력 2024-01-03 10:42 수정 2024-01-03 12:32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6년 5월 29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퇴원하고 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신촌의 한 백화점 앞에서 흉기 피습을 당해 입원했다. 국민일보 DB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전신 한나라당 대표였던 2006년 ‘신촌 흉기 피습’ 사건 당시 병원에서 깨어나 가장 먼저 했던 말로 전해진 ‘대전은요’는 참모진에서 준비한 것이라는 ‘정치 원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주장이 나왔다.

윤 전 장관은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하루 전 발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산 흉기 피습’ 사건을 계기로 박 전 대통령의 18년 전 피습 사건을 복기하며 “당시 내가 선거 실무를 책임졌다. 참모끼리 ‘격전지인 대전에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며 말을 만들다가 ‘대전은요’가 나왔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06년 5월 20일 서울 신촌의 한 백화점 앞에서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를 지원 유세하던 중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얼굴을 다쳤다. 같은 달 31일 지방선거를 열흘여 앞둔 시점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곧바로 병원에 이송됐고, 치료받은 뒤 병상에서 깨어나자마자 ‘대전은요?’라고 물었다는 뒷얘기가 한나라당에서 전해졌다. 그 발언이 열린우리당 우세로 기운 듯했던 대전 민심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광역자치단체장 16명 중 대전시장을 포함해 12명을 당선시켜 완승했다. 이로 인해 박 전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대전은요’는 한나라당 대표 시절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높인 발언 중 하나로 꼽힌다.

윤 전 장관은 김영삼 전 대통령 집권 말기인 1997년 8월부터 1998년 3월까지 환경부 장관을 지냈고,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원로 정치인이다. 그는 박 전 대통령 신촌 피습 사건 직후 구상찬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과 나눈 대화를 이날 방송에서 소개했다.

윤 전 장관은 “당대표 시절 박 전 대통령을 비서로 수행했던 구상찬이라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조금 있으면 마취에서 깨어나실 텐데 첫마디를 뭐라고 해야겠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둘이 의논했다”며 “그 친구(구 전 의원)가 ‘대전과 관련한 발언이 어떨까’라고 했다. 당시 대전은 매우 백중세여서 관심을 받을 때였다. ‘대전, 대전’ 하다가 ‘대전은요?’가 됐다 ‘그렇게 발표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진행자가 “박 전 대통령을 ‘선거의 여왕’으로 올려세운 사건이 신촌 피습이었다. 그것이 (참모진의) 조언이었는가”라고 묻자 윤 전 장관은 “저보다 구 전 의원이 ‘대전으로 뭔가를 해야 한다’고 하다가 ‘대전은요? 어때요?’(라고 물었다). 그래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