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자국 시민이나 기업에 뇌물을 요구하는 외국 정부 관리들까지 미국에서 처벌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외국에서 벌어지는 뇌물 수수 행위까지 미국에서 기소해 처벌할 수 있게 됐다. 한국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한 국가에서는 뇌물 수수 행위자를 체포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서명한 국방수권법안(NDAA)에 해외강탈방지법(FEPA) 조항이 신설됐다고 보도했다.
FEPA는 해외부패방지법(FCPA)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미국은 FCPA를 통해 그간 자국이 아닌 외국에서 벌어진 기업의 부패행위를 처벌해왔다. 2021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계약을 따내기 위해 현지 중개인들에게 수백만 달러를 제공한 도이체방크가 1억 달러가 넘는 벌금을 물기도 했다. 그러나 FCPA는 뇌물 제공자에 대해서만 기소권을 부여해 뇌물을 받은 외국 정부 관리에 대한 기소는 이뤄지지 않았다.
새로운 규정에 따라 법무부는 미국 기업이나 미국인에게 뇌물을 요구하거나, 이들이 주는 금품을 수수한 외국 정부 관리들을 미국에서 기소할 수 있게 됐다. 미국 기업이 아니더라도 해당 기업 주식이 미국 증시에서 거래되거나 미국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때도 적용된다.
피소되는 외국 관리는 미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은 국가에 있거나, 미국과 조약을 맺은 국가로 입국할 경우 체포돼 미국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뇌물의 3배까지 벌금에 처해지고, 최대 15년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화이트칼라 범죄를 전문으로 하는 로펌 스콰이어 패튼 보그스의 톰 파이어스톤 파트너 변호사는 “국제적 부패와 싸우기 위한 미국의 법적 무기”라고 말했다. 스콧 그레이탁 국제투명성기구 책임자는 “뇌물 수수 근절을 위한 가장 중대한 법”이라고 평가했다. 미 상공회의소도 “외국 공무원이 미국 기업의 해외 사업을 허용하는 대가로 뇌물을 요구하는 것을 불법으로 만들 것”이라고 환영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