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유명 정치인을 공격한 사건의 피고인들에게 “사회 질서를 위협하는 행동”이라며 중형을 선고해왔다.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습격한 피의자 역시 살인미수 등의 혐의가 적용돼 중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 및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 대사 사건이 대표적인 정관계 인사 흉기 피습 사건으로 꼽힌다. 두 사건의 피고인들은 각각 징역 10년과 12년의 중형을 확정 받았다.
주요 법리적 쟁점은 살인 고의성의 입증 여부였다. 두 사건 피고인 모두 살인미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박 전 대통령 사건에선 살인미수가 인정되지 않았고 리퍼트 전 대사 사건에선 인정됐다.
법원은 피고인이 “죽일 생각까진 없었다”고 주장하는 경우, 범행 경위와 동기, 흉기 종류 및 공격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발생 가능성 정도 등의 사정을 종합해 살인의 고의성을 판단한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6년 5월 20일 당시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지지연설을 위해 단상을 오르려던 중 흉기 습격을 당했다. 범행을 저지른 지충호씨는 살인미수,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1심은 “범행 도구인 문구용 커터 칼은 살인도구로 미흡하고 위 상해 자체만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정도에까지 이른다고 보기 어렵다”며 살인미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상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선거운동 기간에 유력 정치인을 대상으로 하는 극단적 폭력범행으로 많은 국민들을 경악케 했다”고 밝혔다. 또 “민주주의 질서를 교란하고 올바른 선거문화 정착에 큰 걸림돌이 되는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지씨는 상해 및 별도의 공갈미수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돼 1심에서 징역 11년, 2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징역 10년형을 확정했다.
지난 2015년 3월 5일 리퍼트 전 대사를 습격한 김기종씨도 중형을 피하지 못했다. 김씨는 살인미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2016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12년을 확정 받았다. 법원은 김씨가 총 길이 24㎝(칼날 길이 12.5㎝) 과도를 사용한 점, 생명에 큰 위험을 줄 수 있는 얼굴과 목 부분에 공격을 가한 점, 상처 바로 1~2㎝ 아래 경동맥이 지나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미필적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정치적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부당한 폭력을 사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범행은 우리 사회가 조심스럽게 만들어 온 소중한 질서와 문화에 심각한 공격을 감행한 것”이라며 “더 많은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합의를 깨트리는 행위에 엄격하게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