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질 것 같으니 테러”… 李 피습에 지지자들 격분

입력 2024-01-02 13:37 수정 2024-01-02 14:3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뒤 왼쪽 목 부위 피습을 당해 바닥에 누워 병원 호송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부산 일정 소화 중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피습당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총선에서 질 것 같으니 제1야당 대표를 테러한다”며 격분하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 지지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이번 사태의 원인이 여당과 보수 지지자들에게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이 대표 온라인 팬카페 ‘재명이네마을’의 한 회원은 이 대표가 피습당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에 “김건희 여사를 보호하려고 별짓을 다 한다”며 “잘못되면 국민이 가만 안 둔다. 용산으로 쳐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른 회원은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며 “쌍특검법 거부권 이슈를 덮기 위해 이 대표를 피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8일 국회를 통과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대장동 특검법 등 ‘쌍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이슈에서 대중의 눈을 돌리기 위해 모종의 세력이 이 대표 피습을 사주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2030세대 여성 지지자들이 모인 대형 카페에서도 비슷한 의혹이 이어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는 게시글에 지지자들은 “여당 인사가 당했으면 피의자와 피의자 주변인 전부 압수수색하고 난리를 쳤을 것”이라며 “이제껏 진보 인사들과 주변 일반 상인들까지 극단적 선택으로 몰지 않았나”고 했다.

다른 지지자들은 “여당이 (피습을) 사주하고 여당이 위로하는 게 말이 되냐, 사이코패스냐” “검찰 카르텔이 이런 사건을 정치에 이용하려고 시동을 거는 것” 등 주장을 내놨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부산 가덕도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뒤 기자들과 문답을 끝내고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습격을 당했다.

사건 당시 영상을 보면 머리에 파란 종이 왕관을 쓰고 뿔테 안경을 쓴 범인이 ‘사인해 달라’며 이 대표에게 접근하더니 오른손을 들어 20~30㎝ 길이의 흉기로 이 대표의 목 부위를 찔렀다.

그 자리에서 바닥에 쓰러진 이 대표는 구급차를 타고 부산대병원으로 후송됐다. 현재 헬리콥터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범인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돼 연행됐다. 60, 70대 남성으로 추정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