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 먼저 손 내밀던 따뜻한 가장, 3명 살리고 하늘로

입력 2024-01-02 13:24
3명에게 뇌사장기기증한 박승규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50대 가장이 장기기증으로 3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박승규씨(59)가 충북대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3명에게 간장과 좌우 신장을 기증했다고 2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해 11월 2일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그는 생전 가족들에게 장기 기증 의사를 자주 밝혔다고 한다. 또 응급실 간호사인 딸은 뇌사가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기회임을 알고 있었기에 이를 결심하게 됐다고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전했다.

박씨는 경북 문경에서 5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도움이 필요한 동네 어르신들에게 먼저 나서서 도움을 주기도 하고 가족을 늘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자상하고 온순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그는 또 집 짓는 일을 좋아해 토목 일을 했고, 등산 중 약초와 버섯을 따와 가족들과 이웃 어른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좋아했다.

박씨의 아들은 “자주 찾아뵙고 많은 것을 함께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떠나시니 죄송한 마음만 남는다”며 “정말 많이 사랑했고 감사했다”고 부친을 향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딸은 “정말 많이 보고 싶다. 식사 같이 하자던 약속 못지키고 떠나신 것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제발 꿈에 한 번만 나와줬으면 좋겠다. 열심히 씩씩하게 잘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2023년 483명의 뇌사 장기기증, 166명의 인체 조직기증으로 숭고한 생명 나눔을 실천 해주신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임소윤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