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그 전신의 보수정당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었던 전직 비대위원장들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초반 행보에 대해 대체적으로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전직 비대위원장들은 4월 총선까지 변수가 많기 때문에 현실 정치에 갓 입문한 한 위원장이 당 내외의 다양한 인사들과 활발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총선의 핵심인 공천과 관련해 공천관리위원장 인선은 윤석열 대통령과 거리가 먼 ‘비(非) 검찰’ 인사로 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김희옥 전 비대위원장은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동훈 비대위 인선 등을 언급하면서 “(한 위원장이) 정치하던 사람도 아닌데 잘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검사 출신인 김 전 위원장은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이 2016년 20대 총선에서 패배한 이후 그해 6월부터 8월까지 석 달간 비대위원장을 맡았다.
2022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정진석 의원은 “지역을 다니다 보면 한 위원장에 대한 반응이 좋다”며 “순발력이나 언변, 정치적 감각 등을 골고루 갖췄고, 총선 프레임을 ‘미래’ ‘변화’ 등으로 바꿀 수 있는 적임자”라고 치켜세웠다.
정 의원은 다만 “한 위원장이 정치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아주 복잡다기한 국면에 맞닥뜨린 상황”이라며 “프레임 전쟁에 능한 더불어민주당에 끌려가지 않고 잘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직 비대위원장들은 한 위원장에게 적극적 소통을 당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새누리당을 이끌었던 인명진 전 비대위원장은 한 위원장을 향해 “장관 때와는 달리 비대위원장은 ‘정글’ 속에 뛰어드는 것”이라며 “앞만 보고 가서는 안 된다. ‘온고지신’이라는 말처럼 원로나 사회 각계의 의견들을 듣고 움직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전 위원장도 “비대위원장은 통합을 위해 사람이나, 지역이나 가릴 것 없이 부지런히 만나야 한다”며 “그런 결과물을 당의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인 전 위원장은 “공관위원장으로 한 위원장 본인은 물론 윤 대통령하고도 아주 거리가 먼 사람, 검찰 출신이 아니면서 국민이 보기에 ‘윤 대통령 시키는 대로 할 사람은 아니다’ 평가가 나오는 사람을 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 유력 차기 주자인 한 위원장이 정치적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인 전 위원장은 “(한 위원장이) 정치적 욕심을 앞세우면 당내 잠재적 대권 주자들이 협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이 올해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한 건 잘한 일”이라며 “정치적 욕심을 내려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도 “당의 대표라는 자리는 ‘공심’(公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당에서 모두 비대위원장을 지냈던 김종인 전 위원장은 “아직 한 위원장의 ‘말’만 있었을 뿐, 구체적으로 한 일이 없다”면서 “1월 말까지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볼 일”이라며 평가를 유보했다.
이종선 박민지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