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男 사건 발생 152일…지지부진 ‘마약 쇼핑’ 입증될까

입력 2024-01-01 17:29
지난해 8월 법원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나온 '롤스로이스 男 사건' 피의자 신모씨. 오른쪽은 신씨에게 마약류 약물을 처방한 N성형외과 의원 원장 염모씨가 법원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법원을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롤스로이스 사건’ 피의자 신모(28)씨에게 마약류를 불법 처방한 혐의를 받는 의사 염모씨가 구속되면서 그간 제자리에 머물렀던 신씨의 마약류 불법 투약 혐의 수사도 탄력 받을 전망이다. 경찰은 마약류 처방 경위에 대한 신씨와 염씨 진술이 엇갈린 점에 주목해 신씨가 마약류 쇼핑을 해왔다는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구치소 일정이 조율되는 대로 신씨에 대한 불법 마약류 투약 혐의를 조사할 방침이다. 혐의를 최종 확정하는 단계로 해석된다.

신씨가 피해자 배모(27)씨를 약물에 취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으로 치고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아 중상에 이른 사건 이후 5개월 동안 신씨의 마약류 불법 투약 수사는 계속됐다. 그 사이 피해자는 사망했다. 신씨의 위험운전치사·도주치사 혐의 등은 1심 재판 중 검찰이 징역 20년을 구형한 상태다.

신씨는 지난해 8월 2일 사고 당일 오전부터 사고 장소 바로 옆 염씨가 운영한 N 성형외과에 입원해 9시간 동안 마약류를 불법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사고 후 경찰의 마약정밀검사 결과 신씨에게서 마약류(향정신성의약품)인 미다졸람과 디아제팜이 검출됐다.

의사 염씨가 지난달 27일 신씨에게 불법적으로 마약류를 처방해줬다는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 등)로 구속되면서 경찰은 신씨의 혐의 입증 역시 마무리 단계라고 보고 있다. 신씨는 지난해 11월 경찰 조사에서 ‘지루성 피부염 치료를 위한 정상적인 투약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한 후 추가적인 조사는 받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에서 약물에 취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가 행인을 치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신모씨. 오른쪽은 신씨에게 마약류 처방을 한 N 성형외과 원장 염모씨.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범죄연구소’ 캡처

경찰은 피부질환 치료에 의식을 잃을 정도로 많은 양의 약물이 사용됐다며 신씨가 의료행위를 핑계로 마약류 쇼핑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씨는 지난 2월부터 사고 전까지 병원 4곳을 매달 두 차례씩 돌며 이 같은 마약류 처방을 16차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경찰은 신씨와 염씨가 마약류 처방 경위를 두고 엇갈리는 주장을 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루성피부염 치료를 위한 마약류 투약이었다는 신씨의 주장과 달리, 염씨는 미용 시술(슈링크 시술)을 위해서 합법 처방했다고 진술했다. 지루성피부염 치료든, 피부 탄력을 개선하기 위한 슈링크 시술이든 일반적으로 수면 마취를 하는 의료 행위는 아니다. 경찰 관계자는 “염씨가 구속이 됐다는 것으로 (신씨의 혐의 입증도) 나름 다 설명이 된 것 같다”며 “염씨가 신씨의 불법 마약류 투약을 인정하든 부인하든 (혐의 입증에) 더 중요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염씨는 신씨 진료기록을 거짓으로 기재했다가 사고 소식을 접한 뒤 해당 기록을 삭제했다. 경찰은 염씨가 신씨의 불법 마약류 투약과 은폐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씨가 사고 후 염씨를 찾은 것도 둘의 혐의에 대한 정황 증거인 셈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신씨는 사고 직후에도 N 성형외과에 올라가 병원문을 두드리면서 염씨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문이 닫혀있어 끝내 만나지 못했다. 신씨는 이에 대해 ‘구호조치 할 의사를 찾으러 갔다’고 해명했지만, 경찰은 입을 맞추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신씨가 낸 사고로 숨진 피해자 유족 법률대리인 권나원 변호사는 “마약류 쇼핑이 아니라면 처방에 대한 둘의 진술이 엇갈릴 이유도, 염씨가 진료기록을 삭제할 이유도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피해자 유족 측은 혐의를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는 신씨가 불법마약류 투약 혐의까지 모두 포함해 엄벌 받기를 요구하고 있다. 피해자의 오빠 배진환씨는 이날 “합의를 위해 사과를 한다는 신씨 측에 ‘모든 죄를 인정하라’고 말해왔다”고 강조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