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폐지를 모아 판 돈을 기꺼이 기부한 88세 할머니의 사연이 감동을 주고 있다.
삼복 찜통더위와 살갗을 파고드는 한파를 뚫고 1년 가까이 수거한 폐지와 맞바꾼 땀의 결실을 내놓은 것이다.
급격한 도시개발로 소외되어 가는 광주 도산동에서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는 온정이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광주 광산구는 1일 도산동 나삼오(88) 할머니가 폐지를 수거해 모은 32만원을 ‘투게더광산 나눔문화재단’에 맡겨왔다고 밝혔다.
나 할머니는 새해 첫날을 맞아 그동안 한푼두푼 모은 돈을 내놓은 뒤 “추운 겨울에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을 위해 써 달라”고 당부했다.
그동안 꾸준히 나눔활동을 펼쳐온 나 할머니는 자신보다 더 힘들게 생활하는 이들을 두고 볼 수 없어 새해 첫날 투거더광산문화재단을 찾았다.
나 할머니는 올 들어 더운 여름철부터 추운 겨울까지 1년 동안 동네 곳곳에서 폐지를 주워 고물상 등에 판매한 쌈짓돈을 기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의 기부 천사도 잇따랐다.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도산동 주민은 동행정복지센터에 20㎏ 백미 20포대를 두고 홀연히 사라졌다. 다른 익명의 주민은 동전 5만원과 현금 3만원을 기부했다.
동행정복지센터는 송정초교 학생과 학부모가 라면 278봉지를 기탁했다고 덧붙였다. 동행정복지센터는 취약계층에 라면 등을 나눠주기로 했다.
도산동 주민 김연화씨도 “이웃을 돕는 데 작은 힘을 보태고 싶다”며 10만원을 나눔문화재단에 기탁했다.
도산동 관계자는 “힘든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공동체 정신이 연초부터 꽃피고 있다”며 “이웃과 더불어 살려는 온기가 전해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