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협박녀, 절친이던 업소녀와 싸우자 마약 제보”

입력 2024-01-01 09:14
경찰 소환조사 당시 이선균. 오른쪽 사진은 이선균을 협박하고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구속된 20대 여성 박모씨. 뉴시스

배우 고(故) 이선균(48)씨를 협박해 5000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구속된 20대 여성이 평소 친하게 지낸 유흥업소 여실장과 사이가 틀어지자 그의 마약 투약 증거를 경찰에 제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공갈과 공갈미수 혐의로 최근 구속된 박모(28·여)씨는 지난해 10월 유흥업소 실장 김모(29·여)씨의 마약 투약 의혹을 경찰에 제보했다.

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박씨는 마약 투약 전과 6범인 김씨와는 교도소에서 처음 알게 됐고, 이후 그의 오피스텔 윗집에 살며 친하게 지낸 것으로 파악됐다.

박씨는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 사무실에 직접 찾아가 김씨의 머리카락 등 증거물도 함께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의 결정적인 제보로 김씨는 지난해 10월 18일 경찰에 체포됐고 사흘 뒤 구속됐다.

박씨는 또 비슷한 시기에 이씨에게 2억원을 요구하며 협박해 결국 5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서울 강남 소재 유흥업소 여실장과 함께 배우 고(故) 이선균(48)씨를 협박,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20대 여성이 지난 28일 인천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당시 박씨는 이씨와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그는 연락처를 알아내 이씨 측을 협박할 당시 “(마약을 투약한) 김씨를 구속시킬 건데 돈도 받아야겠다”며 “김씨에게 준 돈을 모두 회수하고 (나한테 줄) 2억원으로 마무리하자”고 했다.

이씨 측은 박씨와 김씨가 공갈 사건을 공모한 것으로 의심했다. 지난해 9월 “모르는 해킹범이 우리 관계를 폭로하려 한다. 돈으로 막아야 할 거 같다”는 김씨의 말에 그에게 먼저 3억원을 건넸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은 일단 박씨와 김씨가 서로 짜고 함께 이씨를 협박하진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박씨가 평소 언니라고 부르며 매우 가깝게 지낸 김씨를 마약 투약범으로 경찰에 제보한 배경에 금전 문제와 이씨 협박 사건이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 사이에 돈 문제로 갈등이 있었고, 경찰이 김씨를 구속하면 자신이 이씨를 협박한 사건도 묻힐 거라고 박씨가 계산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다.

경찰은 김씨를 협박한 인물을 박씨로 의심하면서도 또 다른 협박범이 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이씨가 사망했으나 공갈 사건은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