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 이동통신사 후보 대부분이 수익성을 위해 기업간 거래(B2B) 사업에 주력하고 있어 통신 시장 과점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목표가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규 사업자가 나오더라도 소비자 편익 증대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막대한 투자가 필수적인 통신 산업 특성상 대기업이 아닌 사업자의 참여가 지속가능성이 있을지에도 물음표가 달린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9일 5세대 이동통신(5G) 28기가헤르츠(㎓) 대역과 신호제어용 앵커주파수 700㎒ 대역 할당 신청 접수를 마감했다. 세종텔레콤·스테이지엑스·마이모바일 컨소시엄 등 3곳이 신청했다. 이들 신청 기업의 적격 여부는 오는 18일까지 결론이 날 예정이다.
정부는 새 사업자에 28㎓ 주파수를 독점 제공해 통신 시장의 과점 구조를 깨고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제4 이통사 유치를 비롯해 알뜰폰 성장 지원, 최적요금제 도입 등을 국민 통신비 부담 완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제4 이통사가 출범해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를 낼지는 불투명하다. 먼저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 형태는 대체로 기업 소비자간 거래(B2C)가 아닌 B2B다. 세종텔레콤은 야구장 항만 국방 시설 공연장 등 B2B와 기업 정부간 거래(B2G) 사업에 뛰어들 전망이다. 카카오에서 계열 분리한 스테이지파이브가 주도하는 스테이지엑스는 B2B와 B2C를 아우르는 ‘리얼(Real) 5G 혁신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밝혔지만 단기적 구상은 대학 병원 경기장 공연장 공항 등 유형별 선도 기업·단체 내 우선적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미래모바일이 구성한 마이모바일 역시 B2B 서비스 제공이 우선이다.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은 지난 21일 “28㎓ 대역은 투자비가 많이 들어 통신 요금을 내리는 정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28㎓ 대역 특성상 B2C 사업의 수익성이 나오지 않는 탓이다. 28㎓ 대역은 기존 5G 이동통신에 쓰이는 3.5㎓ 대역보다 기지국 장비를 더 촘촘하게 세워야 해 비용 부담이 크다. 대역폭이 넓어 속도가 빠르지만 전파 도달 거리가 짧다. 장비 가격은 1대당 2500만~3000만원 수준에 이른다. 해당 대역 주파수는 2018년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에 할당됐지만 3사 모두 수익성을 이유로 장비 구축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결국 지난해 정부에 회수됐다. 이에 정부는 28㎓ 전국단위망 가격을 통신 3사 할당 당시의 65% 수준인 742억원으로 제시했다.
정부가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웠지만 3년간 최소 2000억원으로 추정되는 막대한 투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업자는 거의 없다. 대기업은 수익성을 이유로 일찌감치 발을 뺐다. 과기정통부 서류 심사의 관건은 결국 자금력이 될 전망이다. 세종텔레콤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414억원, 5억원에 그친다. 스테이지엑스도 신한투자증권 등 투자처가 있지만 컨소시엄이라는 한계가 있다. 마이모바일의 자본력도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B2B에 기댄 전략의 지속가능성도 담보할 수 없다. 과기정통부가 종사자 수 10인 이상 전국 민간 기업체 약 20만70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G를 활용 중인 기업체는 2021년 기준 2.6%(5390곳)에 불과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KT·LG유플러스 28㎓ 대역 할당 취소 이후 보고서를 통해 “B2B 산업 지원을 위한 28㎓ 대역의 기지국은 목표 대비 11%로 미흡하다”고 설명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