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 “경찰 스포트라이트로 즐거울 때 이선균은 극도의 수치”

입력 2023-12-31 14:22
지난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고(故) 배우 이선균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과거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가 마약 투약 혐의로 조사를 받던 배우 고(故) 이선균씨 사망의 일차적 책임은 경찰에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신 변호사는 31일 페이스북에 올린 ‘합법을 가장한 불법’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세계적 배우의 어이없는 죽음에 가장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건 어쩌면 경찰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그는 “(이씨에 대한 수사는) 유명 배우, 마약, 미모의 젊은 여성들이 등장한 화려한 드라마였다”며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차츰 그 드라마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경찰로선 엄청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도 즐거웠을 것이고 수사가 곁가지에 몰두하는 사이 고인의 명예나 인권은 심각하게 훼손돼 갔다”고 주장했다.


신 변호사는 이씨 마약 혐의 수사를 과거 경찰의 간통죄 수사에 빗대 비판했다.

그는 “간통죄가 살아있을 당시 경찰 수사 기록들은 한 편의 포르노 소설을 보는 느낌일 때가 왕왕 있었다”고 했다. 이어 “성행위 당시의 적나라한 장면들을 말하도록 여성 피의자에게 일부 경찰은 강요하였다. 체위나 삽입 전후의 상황, 구체적 쾌감 따위를 노골적으로 물어 그 답변을 기록에 남겼다. 당연히 피의자는 극도의 수치를 느꼈을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합법을 가장한 불법’이다. 이선균 배우 사건에서도 수사 경찰이 이런 범주의 행동을 한 것이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합법을 가장한 불법은 경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검찰, 법원을 포함한 우리의 사법 체계 전반에 걸쳐 있어 왔다”며 “우리는 극도의 사법 불신이 만드는 이 저주의 구름을 한시바삐 걷어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지난 10월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돼 두 달 가량 경찰 조사를 받다가 지난 27일 숨진 채 발견됐다. 수사를 맡은 인천경찰청은 유감의 뜻을 표하면서도 “일부에서 제기한 경찰의 공개 출석 요구나 수사 사항 유출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을 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