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마무리하는 SBS 연기대상 시상식은 배우 고(故) 이선균(48)에 대한 추모로 점철됐다.
29일 밤부터 30일 오전까지 서울 상암 SBS 프리즘타워에서 진행된 ‘2023 연기대상’에서 대다수 배우들은 검정색 옷을 입어 고인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1부 축하무대를 꾸민 가수 화사는 당초 계획했던 화려한 무대 대신 애절한 분위기의 곡 ‘LMM’으로 변경해 불렀다.
수상 소감에서도 이선균 관련 언급이 자주 등장했다. 이날 오전 이선균의 발인식에도 참석했던 배우 박성웅은 드라마 ‘국민사형투표’로 미니시리즈 장르·액션 부문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한 뒤 어두운 얼굴로 무대에 올라 “수상 소감보다는 편지를 하나 쓰고 싶다”며 이선균을 향한 절절한 심경을 전했다.
박성웅은 “이제 더 이상 아픔도 걱정거리도 없는 평안한 세상에서 편하게 쉬길 빌겠다”면서 “오늘 너를 하늘나라로 보낸 날인데 형이 상을 받았다. 언제나 늘 연기에 진심이었던, 하늘에 있는 너에게 이 상을 바친다. 잘 가라 동생”이라고 말했다. 진행하던 MC 신동엽은 박성웅 퇴장 이후 먹먹한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악귀’로 베스트 퍼포먼스상을 받은 진선규는 수상 소감 말미에 “2023년 마지막에 많이 아프고 슬픈 일이 있는데 조금은 아름다운 기억으로 오래오래 길게 기억이 됐으면 좋겠다”며 이선균을 추모했다.
전년도 대상 수상자로 이날 대상 시상에 나선 김남길도 이선균을 향한 애도를 에둘러 전했다. 김남길 역시 이날 오전 이선균의 발인식이 참석한 바 있다. 김남길은 “쟁쟁한 작품들 속에서 많은 배우들이 열연해주셨는데, 모든 배우들이 내년에는 편안함에 이르시기를 바라겠다”고 했다. ‘편안함에 이르라’는 표현은 이선균의 대표작 중 하나인 ‘나의 아저씨’ 대사 일부를 인용한 것이다.
‘악귀’의 김태리와 함께 대상을 공동 수상한 ‘모범택시 2’의 이제훈도 이선균에 대한 추모를 잊지 않았다. 그는 “오늘 너무나도 아픈 날이기도 하다”며 “개인적으로 작품 인연이 없었고 함께한 거라곤 스치는 순간뿐이었지만 저는 그분이 걸으신 길을 보면서 배우라는 꿈을 키웠다”고 얘기했다.
이어 “그분처럼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롤모델로서 따라가려고 했던 것 같다”면서 “그분께 이 상을 드리고 싶다. 진심으로 고생하셨고 하늘에서 편안하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시상식이 마무리된 뒤에는 드라마 ‘법쩐’ 팀의 애도 메시지가 화면에 띄워졌다. ‘법쩐’ 출연진과 제작진은 “법쩐에 출연했던 이선균님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전했다. ‘법쩐’ 팀은 강유석, 박훈 등이 시상식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고인에 대한 애도를 표하며 전원 불참을 결정했다.
이선균은 마약 투약 혐의로 이달 23일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출석해 3차 조사를 받고 다음 날 오전 귀가했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27일 서울 성북구의 한 주차장에 세워진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선균은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글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의 유해는 수원시연화장에서 화장을 거쳐 경기도 광주 삼성엘리시움에 봉안됐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