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을 상대로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한 강제징용 피해자 일부가 일본 기업이 법원에 공탁한 돈으로 배상금을 받을 가능성이 열렸다. 공탁금 지급이 이뤄진다면 강제징용 피해자가 일본 기업의 돈으로 배상금을 받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강제징용 피해자 고(故) 이모씨 측은 29일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은 소송의 판결금에 대해 일본 히타치조센이 서울고법에 낸 보증공탁금 6000만원 출금을 청구해 배상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전날 이씨 측이 히타치조센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50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서울고법은 2019년 1월 같은 판결을 했는데, 히타치조센 측은 강제집행을 막기 위해 6000만원을 법원에 공탁했다. 이씨가 소송 중이던 2019년 3월 사망하면서 대법원 소송은 유족이 수계해 진행해왔다.
이씨 측이 받아야 하는 판결금과 지연손해금을 합치면 6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측은 히타치조센의 공탁금을 우선 청구한 뒤 나머지 금액은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제3자 변제’ 해법에 따른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계획이다. 이씨 측 대리인인 법률사무소 헤아림 이민 변호사는 “다음 주쯤 법원에 공탁금 출금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히타치조센의 공탁은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과는 별개여서 이씨 측 청구가 받아들여 지면 일본 기업의 배상금을 피해자가 직접 받는 최초의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이 변호사는 “일본 기업이 자발적으로 낸 돈이 피해자에게 전달되는 것은 처음”이라며 “사실상의 배상이 일본 기업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해자에 대한 변제공탁이 아닌 강제집행 정지를 위한 보증공탁이어서 히타치조센 측에서 회수청구권을 행사하는 등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보증 공탁도 판결이 확정되면 변제의 성격도 있으므로 회수청구권을 행사하더라도 받아들여 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