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사납금 미수금 퇴직금에서 공제… 대법 “노사 합의했어도 무효”

입력 2023-12-29 10:45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승강장 모습. 뉴시스

노사합의가 있더라도 택시기사의 사납금 미수금을 임금에서 공제하도록 합의한 단체협약은 개정된 법에 따라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택시회사 대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 강서구에서 택시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2020년 11~12월 퇴직한 택시기사 4명에게 퇴직금 일부를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3명의 경우 중 사납금 기준액을 채우지 못한 미수금을 99만~462만원을 퇴직금에서 공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들이 사납금을 납입하지 않았으므로 미수금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해 퇴직금 채권과 상계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한 명의 근로자의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3일 이상 결근해 근로관계가 자동 종료됐고 총 근로기간이 1년에 미달해 퇴직금 청구권이 없다고 반박했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13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단체협약에서 사납금 미수금을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미수금을 퇴직금에서 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었을 개연성이 크다. A씨에게 퇴직급여법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노사 합의에 따른 단체협약이 있더라도 2020년 1월 시행된 개정 여객자동차법에 반한다면 무효라고 판단했다. 개정 여객자동차법은 회사가 사납금 기준을 정해서 받아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사납금제 병폐를 시정하기 위해 기준액을 정해 수수하는 행위가 금지라는 점을 명확히 한 개정 경위 등을 보면 해당 법 규정은 강행법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에 반하는 내용이라면 노사 합의가 있더라도 무효”라며 “A씨는 사법상 효력이 없는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을 내세워 퇴직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퇴직급여법 위반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월 3회 이상 무단결근한 택시기사를 당연퇴직 대상이라고 본 혐의를 무죄라고 판단한 원심 판단도 뒤집었다. 재판부는 “당연퇴직 처리를 하고 퇴직금 미지급 사유로 삼으려면 정당한 이유가 있고 징계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에 대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