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꼬박 주워 1226원 번다”…4만2000명 폐지 노인 실태

입력 2023-12-28 16:25
28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폐지 수집 노인이 리어카에 놓인 고물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의 폐지 수집 노인이 4만2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하루 평균 5.4시간을 꼬박 걸으면서 시급 1226원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보건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내년 1분기까지 폐지 수집 노인들의 인적 사항을 확보해 이들을 노인 일자리 사업 등에 연계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28일 ‘2023년 폐지 수집 노인 실태조사’ 결과와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전국 고물상 4282곳 중 105곳을 표본 추출한 뒤 폐지 납품 노인 수를 확인해 전국 단위 규모로 추계했다. 또 폐지 수집 노인 1035명을 일대일 대면 조사했다. 정부 차원의 폐지 수집 노인 실태조사와 지원책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실태조사 결과 폐지 수집 노인의 평균 연령은 76세였다. 남성이 전체의 57.7%를 차지했다. 이들은 주 6일 하루 평균 5.4시간에 걸쳐 폐지를 주웠고, 월 15만9000원을 벌었다. 시간당 소득은 1226원으로,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 9620원의 12.7%에 불과했다.

올해 폐지 1㎏당 가격은 74원(한국환경공단 집계 기준)으로, 지난해 84원보다 10% 이상 하락했다. 리어카에 폐지 100㎏을 채운다 해도 최저임금 수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폐지 수집 노인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애로사항(복수응답)도 ‘폐지 납품단가 하락’(81.6%)이었다. ‘폐지 수집 경쟁 심화’(51%), ‘날씨’(23%) 등도 어려움으로 꼽혔다.

28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한 어르신이 폐지를 모은 손수레를 끌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노인들이 폐지를 줍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일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38.9%)이었다. ‘현금 선호’(29.7%), ‘자유로운 시간 활용’(16.1%) 등 응답이 뒤를 이었다. 건강상 문제가 없다면 폐지를 계속 줍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88.8%에 달했다.

폐지 수집 노인들이 응답한 필요 사항(복수응답)으로는 ‘현금 지급 등 경제적 지원’(85.3%)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식료품 지원’(36.9%) ‘생활용품’(26.9%) ‘일자리 지원’(18.6%) ‘기초생활수급자 선정’(12.6%) 순이었다.

폐지 수집 노인의 월평균 개인소득은 폐지 수입을 포함해 74만2000원, 가구 소득은 113만5000원으로 나타났다.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서 파악된 전체 노인 개인소득(129만8000원)의 57%, 가구소득(252만2000원) 대비 45% 수준에 불과했다.

복지부는 내년 1월부터 각 지자체를 통해 지역 내 폐지 수집 노인의 인적 사항을 확보하는 전수조사에 나선다. 내년 1분기까지 확보한 명단을 사회복지통합관리망에 입력해 주기적으로 관리한다. 또 이들에게 노인 일자리 사업, 방문건강관리 사업 등을 연계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미 노인 일자리 사업 예산을 확보해뒀기 때문에 폐지 줍는 노인 4만2000명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발굴만 되면 지원하는 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여 우선 누락 없이 찾아내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