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지킬 수는 없었나”… 이선균 죽음 애도하는 日

입력 2023-12-28 00:04
배우 이선균씨가 지난 23일 마약 투약 혐의로 세 번째 조사를 받기 위해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출석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배우 이선균(48)씨의 부고는 ‘K-드라마’ 주요 소비국인 일본에 충격을 가했다. 일본 팬들은 이씨를 “저음의 목소리가 매력적인 배우”로 기억했다. 마약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든 무죄든 이런 결말(사망)은 잘못됐다”는 의견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이씨의 사망을 다룬 기사는 일본 최대 인터넷 포털 사이트 야후 재팬에서 27일 오후 3시 기준 많이 본 기사 목록에서 3번째에 자리했다. 일본 개그맨 마쓰모토 히토시의 성비위 관련 폭로 보도가 대부분을 채운 이 목록에서 이씨의 부고가 한 자리를 차지했다. 이씨의 사망 보도는 국제 섹션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로 올라왔다.

일본 연예지 모델프레스는 이씨를 “2001년 시트콤 ‘연인들’로 데뷔해 2007년 ‘커피프린스 1호점’, 2018년 ‘나의 아저씨’, 2014년 ‘끝까지 간다’, 2019년 ‘기생충’처럼 일본에서도 화제를 일으킨 수많은 유명 작품에서 활약했다”고 상세하게 소개했다. 나열된 작품은 모두 이씨의 출연작 중 일본에서 인기를 얻었다.

야후 재팬 뉴스 게시판 이용자들은 이씨에 대한 자신의 기억을 담담하게 나열하거나 간결한 말로 애도했다. “저음의 멋진 목소리를 가진 배우였다. 나에겐 ‘파스타’와 ‘커피프린스’가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이씨가 가족의 지지를 얻었어도 견딜 수 없었던 것일까. 남겨진 가족도 걱정된다. 진심으로 명복을 빈다(아이디 kok****)”는 댓글이 가장 많은 공감을 얻었다.

“유죄든 무죄든 이런 결말은 잘못됐다. 훌륭한 배우가 극단적 선택지밖에 없다니…. 그를 지킬 방법은 없었던 것일까. 너무 슬프다(akai****)”는 댓글은 2번째로 많은 공감을 끌어냈다. 이 댓글 작성자는 이씨의 출연작 ‘나의 아저씨’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로 지목했다.

“한국은 일본과 다르게 마약 혐의에 엄격한 것일까. 일본에서 마약을 투약한 연예인은 빠르게 복귀한다(里栄)” “한국에서 극단적 선택이 많다. 죄가 있어도 그렇게까지 몰아붙일 필요가 있었을까(dar****)”라는 댓글도 있었다.

이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오던 27일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 세워진 회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조수석에서 번개탄 1점도 나왔다.

이씨의 매니저는 이날 오전 10시12분쯤 “이씨가 유서 같은 메모를 작성하고 집을 나섰다. 차량이 없다. 전날까지 연락은 됐다”고 112에 신고했다. 매니저는 연락이 닿지 않는 이씨의 서울 강남구 청담동 거주지를 찾아간 뒤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사망 전까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아왔다. 사망 나흘 전인 지난 23일에도 19시간 동안 밤샘 조사를 받았다. 이씨는 생전 3차례 경찰 조사에서 “마약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씨의 시신을 인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이송했다. 이씨의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는 이씨의 부고를 전하면서 장례에 대해 “유가족과 동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하게 치러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