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겨냥해 거친 공격을 가하는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특히 한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을 맡고 있었던 지난 11월 21일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여의도 사투리”라고 규정하며 “나는 나머지 5000만 명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고 말한 대목을 물고 늘어졌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27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한 위원장이) 제1야당과 야당 대표를 청산 대상으로 삼았다”며 “국회 운영을 함께해야 할 야당 대표를 여당 대표가 앞장서서 모욕한 것은 정치 ABC를 모르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성호 의원도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위원장) 본인이 자기의 말은 여의도 문법과 다르다고 했는데, 이건 아주 극소수의 극단적인 여의도 문법”이라고 쏘아붙였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페이스북에 “취임 일성이 이재명 민주당, 운동권 정치의 청산이라는 ‘서초동 사투리’”라며 “마치 검찰총장 취임사의 범죄와의 전쟁 선포처럼 착각돼 모골이 송연해졌다”라는 글을 올렸다. 한 위원장이 여전히 ‘검찰의 언어’를 쓰고 있다는 비판이다.
민주당은 한 위원장을 향해 겉으로는 날을 세우면서도, 내심 한 위원장의 총선 불출마 배수진이 미칠 파급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김영배 의원은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위원장 불출마는) 민주당 지도부를 포함해 사실 앞으로 굉장히 고민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비명(비이재명)계는 한 위원장 불출마를 고리로 친명 지도부의 ‘기득권 내려놓기’ 공세를 강화할 전망이다.
비주류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 소속 이원욱 의원은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동훈의 불출마 선언은 이재명 대표에게 던지는 메시지 같다”며 “이 대표에게 영향이 좀 미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와 한 위원장은 이르면 28일 국회에서 회동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와 한 비대위원장 간 회동이 추진 중이냐’는 질문에 “한 비대위원장이 예방을 하면, 내일(28일)쯤 만날 것 같다”고 답했다. 한 비대위원장도 국회 출근길에 “국회의장을 포함해서 관례에 따라 그분들 일정에 맞춰 제가 가서 인사하려 한다”고 말했다. 회동이 성사될 경우 어떤 장면이 연출될지 여부도 관심사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위원장을 겨냥해 “대통령과 국민의힘만 위기가 아니다. 국가의 위기이고 민생의 위기”라며 “국정에 책임을 진 건 야당이 아닌 여당”이라고 말했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