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폭우 때 맨홀 빠져 숨진 남매…법원 “서초구가 16억 배상”

입력 2023-12-27 17:19
지난해 8월 10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119 특수구조대원 등이 폭우로 휩쓸린 실종자들을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폭우가 쏟아졌던 지난해 8월 서울 강남역 일대에서 맨홀에 빠져 사망한 남매의 유족이 관찰 구청으로부터 16억여원을 배상받게 됐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재판장 허준서)는 남매 A씨와 B씨의 유족이 서초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총 16억47000여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A씨와 B씨는 지난해 8월 8일 집중호우가 내리던 서초구 강남역 일대에서 도로를 건너다가 뚜껑이 열려 있던 맨홀에 빠져 숨졌다.

당시 이들은 차량을 타고 이동하던 중 폭우로 시동이 꺼지자 차에서 내려 대피했다. 이후 비가 잦아들자 다시 걸어서 차량으로 향하던 중 맨홀 안으로 휩쓸려 들어가며 변을 당했다.

재판부는 “맨홀 설치·관리의 하자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만큼 해당 도로의 관리청인 서초구는 피해자 유족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서초구가 맨홀 뚜껑이 열리지 않도록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사고 장소 일대가 낮은 지대와 항아리 지형 등으로 인해 집중호우 때마다 침수됐고, 하수도에서 빗물이 역류해 뚜껑이 열릴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고 짚었다.

서초구 측은 “맨홀 뚜껑이 열렸던 것은 ‘기록적 폭우’라는 천재지변 때문으로 사고를 예측하거나 회피할 수 없었다”며 지자체 배상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재판부는 예상치 못한 폭우로 맨홀 뚜껑이 열렸다 해도 이를 방치한 데는 서초구의 관리 책임이 있다고 봤다. 또 비가 더 적게 내렸던 과거에도 맨홀 뚜껑이 열렸던 점을 고려하면 당시 사고가 천재지변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망인들은 사고 당시 폭우의 심각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도로에 빗물이 가득 차 있었던 만큼 상태를 주의 깊게 확인하고 건넜어야 했다”며 남매의 과실을 20%로 판단해 배상액을 책정했다.

이서현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