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독촉하나’…한국장학재단 연체정리 메일 오발송에 “철렁”

입력 2023-12-27 16:11 수정 2023-12-27 16:54
김모(31)씨의 메일함이 한국장학재단(webmaster1@kosaf.go.kr)에서 오발송된 메일로 가득 차있다. 제보자 제공

한국장학재단에서 대출금과 생활비 등의 분할 상환 신청을 취소하는 내용의 메일이 ‘오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교·대학원을 졸업한 뒤 학자금을 상환하고 있는 직장인들 사이에선 “빚 독촉 같다”는 불쾌감마저 나오고 있다.

직장인 김모(31)씨는 27일 오후 1시26분 한국장학재단에서 쏟아진 ‘연체정리안내문 Email 통지’라는 제목의 메일을 확인했다. 재단 측은 해당 메일에서 김씨의 ‘채무 분할 상환 약정’에 대한 신청을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27일 오후 1시26분쯤 김씨에게 오발송된 한국장학재단의 메일 사진. 제보자 제공

김씨는 생활비 대출을 받은 뒤 원리금을 착실히 상황해 오던 터였다. 아직도 갚을 돈이 남아있는 형편이다. 최근엔 분할 상환 약정을 신청조차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연체정리안내 메일은 오전 11시5분부터 오후 2시까지 18통이나 날아왔다.

재단에서 쏟아진 메일에 소셜 미디어상에서도 황당하다는 반응이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미친 듯이 메일이 온다. 전화해 보니 잘못 발송했다는데 지금도 오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씨도 “(재단이) 오발송을 해놓고 내가 문의를 해야만 안내를 받을 수 있는 것이 황당하다”며 “상환 관련한 메일이 몇 분 간격으로 계속 쏟아져서 가슴이 철렁했다”고 토로했다.

해마다 학자금 대출 상환 문제로 일부 직장인들과 학생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국내 학자금 대출 규모는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역으로 대출 연체자는 증가하는 추세이다.

국정모니터링시스템 ‘e-나라지표’에 따르면 국내 학자금 대출 규모는 2021년에만 1조6563억원에 달했다. 2019년(1조8832억원), 2020년(1조7155억원)에서 감소하는 추세긴 하다.

하지만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연체자는 지난 7월 기준 2만7656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2만3392명, 지난해 2만5128명에 이어 증가하고 있다.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재단에서 오발송된 내용으로 확인됐다. 엉뚱한 수신자에게 메일이 간 것 같다”며 “수신자에게 안내하기 위해 시스템을 정비 중이다. 오발송된 자세한 경위를 IT 부서에서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