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배우 이선균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피의사실을 흘려 매장시켰다”며 “남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27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검찰과 경찰은 평시 기준 가장 강력한 ‘합법적 폭력’을 보유하고 행사한다”며 “이 힘의 대상자가 되면 누구든 ‘멘붕’이 된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언론은 이에 동조하여 대상자를 조롱하고 비방하고 모욕한다”며 “미확정 피의사실을 흘리고 이를 보도하며 대상자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피의자의 인권·방어권은 법전과 교과서에만 존재한다”며 자신의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 상황을 설명했다.
2019년 피의사실공표를 방지하는 공보준칙을 개정하고 시행은 가족 수사 이후로 미루는 결정을 내렸지만, 검찰과 언론이 불문곡직 자신을 비난했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은 “검경의 수사를 받다가 자살을 선택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며 “그러나 수사 권력은 책임지지 않는다. 언론도 책임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깊은 내상을 입고 죽음을 선택한 자만 나약한 자가 된다. 남 일 같지 않다”며 “분노가 치민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의 ‘남 일 같지 않다’는 발언은 2019년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부터 자신에게 벌어진 상황을 이선균씨에 빗댄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은 장관 취임 직전부터 자녀의 입시서류 위조, 장학금 특혜 등 의혹에 휩싸여왔다. 결국 장관 취임에는 성공했지만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한 검찰 수사는 계속돼 아내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옥살이까지 했다. 현재도 자녀 입시비리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한편 이선균씨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평소 마약 투약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아왔는데, 이 때문에 가족과 주변인에게 미안하다며 괴로움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며칠 전에는 19시간 동안 강도 높은 경찰 조사를 받고 “너무나 억울하다”는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