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오던 27일 서울 종로구의 한 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배우 이선균(48)씨의 비보를 외신은 긴급하게 타전했다. 해외 언론들은 이씨의 배우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미국 아카데미 4관왕 수상작 ‘기생충’의 주연 이력을 앞세웠다.
AP통신은 “오스카 위너(미국 아카데미 수상작) ‘기생충’의 배우 이선균이 사망했다”며 이씨가 죽음에 이른 과정을 서술한 뒤 “이씨는 기생충에서 부잣집 가장 역할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이 영화로 미국 배우조합상 영화 부문 앙상블상을 수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씨는 기생충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 전까지 한국 영화계에서 널리 알려진 배우였다. 2007년 ‘커피프린스’에서 이름을 알렸고, 같은 해 의학 드라마 ‘하얀거탑’으로 주류의 인기를 얻었다”며 2010년 ‘파스타’와 2018년 ‘나의 아저씨’ 같은 그의 생전 대표작을 나열했다.
AP통신은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후 1시 현재 이씨의 사망 기사를 인터넷 홈페이지 첫 화면 오른쪽 최상단에 배치해 비중 있게 다뤘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도 이씨의 사망과 작품 이력을 소개하면서 “K팝 가수와 영화배우가 마약 사건으로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한국의 연예계는 동요하고 있다. 한국은 강한 마약법을 가진 국가다. 마약사범은 최대 14년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 ABC‧CBS 같은 방송사들도 국내 언론 보도를 인용해 이씨의 사망을 보도하고 있다. ABC뉴스는 이씨를 “기생충에서 ‘부자 아빠(rich father)’ 역을 맡은 배우”로 소개하면서 “애플TV 오리지널 콘텐츠 ‘닥터 브레인’에 출연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이씨의 생전 이력보다 숨진 채 발견될 때까지 과정을 서술하면서 “실종 신고로 시작된 수색에서 이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는 국내 소방 당국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 세워진 차량 안에서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됐다. 조수석에서 번개탄 1점도 나왔다.
이씨는 사망 전까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아왔다. 사망 나흘 전인 지난 23일에도 19시간 동안 밤샘 조사를 받았다. 이씨는 생전 3차례 경찰 조사에서 “마약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매니저는 이날 오전 10시12분쯤 “이씨가 유서 같은 메모를 작성하고 집을 나섰다. 차량이 없다. 전날까지 연락은 됐다”고 112에 신고했다. 매니저는 연락이 닿지 않는 이씨의 서울 강남구 청담동 거주지를 찾아간 뒤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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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