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직원, 경찰, 검사를 사칭해 세 단계에 걸쳐 교묘하게 피해자들을 속여 29억원가량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일당이 검거됐다. 이들은 영화 ‘더 킹’에 등장하는 비리 검사 ‘한강식’ 이름을 대며 사기를 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수민)은 범죄단체가입·활동 및 사기 혐의로 보이스피싱 조직 27명을 입건하고 그 중 19명을 구속기소, 1명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은 2017년 7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중국의 칭다오, 다롄 등에서 조직된 보이스피싱 범죄단체에 가입해 활동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일당은 금융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는 식으로 피해자들을 속여 총 29억원을 갈취했다.
검찰에 따르면 해당 조직은 쇼핑몰 직원, 경찰, 검사로 역할을 나눠 세 단계에 걸친 수법을 사용했다. 우선 콜센터 관리자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결제가 완료됐다는 내용의 미끼 문자를 피해자에게 발송한다.
이후 피해자가 연락을 해오면 쇼핑몰 직원을 사칭한 1차 상담원이 ‘경찰에 신고해주겠다’며 2차 상담원에게 연결해준다. 사이버수사대 소속 경찰 행세를 한 2차 상담원은 ‘악성 앱 설치’를 유인하고, 담당 검사를 연결해준다며 3차 상담원에게 넘기며 피해자를 속인다.
3차 상담원은 영화 ‘더 킹’의 주인공 이름인 ‘한강식 검사’(정우성 분)를 사칭하며 “계좌가 범죄에 이용되고 있으니 잔액을 국가안전계좌로 송금하면 수사 후 반환하겠다”고 겁을 줘 돈을 뜯어냈다.
해당 사건은 2018년 일부 조직원이 검거되며 수사가 시작됐으나, 조직원들이 혐의를 전부 부인하고 일부가 석방되며 수사가 중단됐었다. 하지만 지난 1월 재조사에 착수한 합수단은 현장잠복과 IP추적, 포렌식 수사, 계좌 거래내역 분석 등을 통해 미제로 남을 뻔한 조직의 실체를 밝혀냈다.
합수단은 조직원 10명을 상대로 총 5억7326만원 추징보전 결정을 받아 부동산, 자동차, 채권 등에 대해 보전 처분을 했다.
합수단은 현재 조직의 총책과 관리책을 특정하고 이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최승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