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 너머 하얀 안개를 품은 중중첩첩 산 능선 위로 붉은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다. 강원도 정선의 가리왕산 하봉에 조성된 케이블카 상부 탑승장 상공에서 본 황홀한 일출 풍경이다. 탑승장 주변에는 나무데크 길과 포토존이 마련돼 가벼운 산책과 기념사진 찍기에 그만이다.
정선과 평창 경계의 가리왕산은 해발 1562m 산으로, 남한에서 아홉 번째로 높다. 옛날 맥국의 갈왕 또는 가리왕으로 불리는 왕이 이곳까지 쫓겨 와서 성을 쌓고 머물러 갈왕산이라 불렀다는 것과 멀리서 보면 산이 마치 볏단이나 나뭇단을 쌓은 더미인 큰 가리처럼 생겨 가리왕산이라 했다는 얘기가 전한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알파인스키 활강경기장이 조성된 이곳은 지난해 12월 케이블카를 정식 개장했다. 케이블카는 길이 3.51㎞로, 평창 발왕산, 춘천 삼악산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길다.
등산하면 3시간 이상 걸리는 하봉 정상을 불과 20분 만에 오른다. 상부 탑승장 2층에 오르면 따뜻한 공간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 3층은 야외전망대다.
글·사진=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