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남양주시 별내동에 조성된 생활숙박시설(생숙)의 주민들이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시에 제출한 용도변경 신청서에는 관리인 등 부적격자들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남양주시 등에 따르면 힐스테이트별내역과 별내아이파크스위트 소유자와 입주민 수백여명은 시가 결정한 오피스텔 용도변경 불수리 결정에 반발하며 지난달 시청과 행정복지센터 점거, 집회·시위 등의 집단행동을 벌였다.
앞서 시는 지난 10월 해당 생숙의 오피스텔 용도변경 관련 도시계획위원회의 자문을 받은 결과 위원 만장일치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고, 지난 4일에는 용도변경 신청건에 대해 국토교통부에 질의한 결과 생숙 용도변경시 건축기준 완화에 대한 한시적 특례(2023년 10월 14일)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회신을 받았다. 이에 시는 별내택지지구 상업지역 내 오피스텔 입지는 불가하다고 판단, 용도변경 불수리 결정을 내렸다.
특히 용도변경 신청은 건축주(전유부분의 소유자)가 직접 신청해야 하지만 이들이 시에 제출한 용도변경 신청서를 살펴보면 소유자도 아닌 관리인 등이 신청하는 등 적법한 신청이 이뤄지지 않아 시가 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입주민들은 한시적 특례 적용 시점을 ‘신고 완료’가 아닌 ‘접수 신청’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의 용도변경 불수리 결정 철회를 요구했다. 입주민 수백여명은 남양주시청과 별내동행정복지센터를 점거하고 밤샘 농성을 진행하는 집단행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역 내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별내 생숙을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하려면 별내택지지구의 지구단위계획을 상업지역에서 허용되지 않는 오피스텔을 허용하는 도시관리계획변경 행정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 “엄격한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체계적으로 조성된 택지지구에서 허용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생숙이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이 이뤄지지 않은 채 거주 목적으로 입주민이 신고 없이 이용을 한다면 내년 말부터 공시가 1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그렇다고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이 추진된다면 생숙 소유자는 재산상 이득을 취할 것으로 예상돼 시는 특혜 의혹에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시와 용도변경 연합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과 20일 간담회를 열고 용도변경 불수용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시는 정식 절차를 통한 이의 신청 진행 시 전향적인 검토와 협조를 약속했다.
용도변경 연합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신청서를 작성한 관리인은 법인으로 보면 대표이사격이다. 모든 계약, 신청, 기타의 법인을 대표하는 모든 행위를 주주를 대신해 진행한다. 물론 사전에 행정복지센터와 신청관련 협의해서 신청한 것”이라며 “관리인으로 신청한게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면 보완을 요청하고 수정하도록 했어야 한다. 한번도 보완 요청없이 불수리 처리한 것은 소극 행정 등 다분히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파트로 용도변경을 해달라는 것도 아니다. 용도변경이 이뤄진다고 재산상 무조건 이득을 보는 것도 아니다”라며 “최근 민원조정위원회 등에서 이의신청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소명절차를 진행하고 좋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용도변경 신청은 전유부분 소유자들이 신청해야 하지만 관리인 등 부적격자들이 신청하기도 했다”면서 “그럼에도 시청과 행정복지센터에서 집회 및 항의를 진행해 행정 공백을 낳기도 했다. 용도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주민 대표 등의 신청 잘못이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거 및 생활환경 등이 변한만큼 주민들의 다양한 주거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준주택 등으로 인정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라며 “생숙 주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 국토부의 정책 전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생활숙박시설은 취사시설을 갖추고 있는 숙박시설이지만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고, 전매제한 등 규제가 없다 보니 부동산가격 성수기에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대신하는 투자처로 각광을 받던 건축물이다.
남양주시에는 다산동, 화도읍, 진접읍에 약 690실의 생활숙박시설이 있고 별내동에는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요구하는 힐스테이트별내역(2021년 8월 입주) 578실, 별내아이파크스위트(2021년 2월 입주) 1100실이 있다.
남양주=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