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 뒤 돌연 잠적… ‘불법체류 유학생’에 대학 골머리

입력 2023-12-27 09:43

대학에서 공부하겠다며 한국에 입국한 뒤 취업 등을 목적으로 잠적하는 유학생 탓에 대학들이 신음하고 있다. 대학이 데려온 학생들 가운데 불법체류자 비율이 늘면 해당 대학은 유학생 유치에 제한을 받게 된다.

27일 법무부가 발간하는 출입국외국인정책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불법체류자는 42만6076명을 기록했다. 올해 초부터 11월까지 새로 발생한 불법체류자만 8만4981명으로, 2021년(4만6741명)에서 2년 만에 배 가까이 늘었다.

이처럼 불법체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유학생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대학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학 입학을 빌미로 한국에 입국한 뒤 취업 등을 위해 이탈하는 사례가 빈발한 탓이다.

실제 전주M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전북 전주 전주기전대학 한국어학당에서는 베트남 유학생들이 학교를 이탈했다 붙잡혀 출국 조치를 당했다. 도주한 학생들을 출국시키기 위해 교직원은 물론이고 경비업체 직원들까지 동원돼야 했다.

대학들이 유학생 관리에 안간힘을 쏟는 것은 유학생 관리 실태가 곧 해당 대학의 추후 유학생 유치 가능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유학생 중 불법체류자 비율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는 대학은 유학생용 비자 제한 발급을 제한받는다.

학령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며 유학생을 유치하지 않으면 학교를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비자 제한’ 조치는 대학에게 치명적이다. 전주기전대학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비자 제한 대학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됐던 한신대 유학생들의 출국 조치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비자 발급 규정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베트남 출신 유학생들은 1000만원 이상 은행 잔고를 3개월 이상 유지해야 하는데, 일부 유학생들이 이 규정을 지키지 못해 불법체류자가 될 위기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자교 출신 불법체류자 비율이 높아질 것을 우려한 한신대가 선제적으로 유학생들의 출국을 주도했다.

법무부는 관련 인력을 대폭 증원해 급증하는 불법체류자 단속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법무부가 지난 11일 관보에 게재한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출입국·외국인청과 법무부, 출장소 등에 6~9급 직원 총 55명이 충원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