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인지 기능이 떨어져 알츠하이머 등 정신질환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조재림·김창수 교수는 최근 국제학술지 ‘인바이런먼트 인터내셔널’에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이산화질소 등 대기오염 노출 시 대뇌 피질의 두께가 감소해 인지 기능이 떨어진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대뇌 피질이 얇아지는 현상은 치매 환자에게서도 나타나는데, 이는 뇌가 위축된다는 의미다.
조 교수는 “미세먼지는 전신 만성염증을 유발해 뇌 기능을 떨어뜨린다”며 “직경 100nm(나노미터) 이하의 극초 미세먼지는 비강(코안에 공기가 통하는 길)에 있는 후각신경로를 통해 뇌 안으로 바로 침투해 특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조 교수 연구팀의 2020년 연구 결과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수록 뇌 속 전두엽과 측두엽, 해마의 크기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두엽의 두께는 미세먼지가 10㎍/㎥ 증가할 때마다 0.02㎜ 감소했다. 미세먼지에 특히 취약한 측두엽의 경우 미세먼지가 10㎍/㎥ 증가하면 두께가 0.06㎜ 얇아졌고, 초미세먼지가 10㎍/㎥ 증가할 때마다 0.18㎜ 감소했다.
또 해마는 미세먼지가 10㎍/㎥ 증가할 때마다 부피가 55.4m㎥ 줄었다. 해마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가장 먼저 위축이 관찰되는 부위로 알려져 있다.
전두엽과 측두엽, 해마는 모두 인지 기능에 관여하는 뇌 영역이다. 전두엽은 기억·사고·문제해결 등 고등 인지 기능을 담당하며, 측두엽은 기억과 감정 등에 관여한다. 측두엽 깊숙한 곳에 위치한 해마는 기억과 학습을 담당한다. 이들의 두께 및 부피 감소가 알츠하이머 등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조 교수는 다만 “미세먼지에 노출된 모든 사람이 정신질환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며 “기존 정신질환 소인이 있는 사람이 미세먼지에 노출됐을 때 정신질환 증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세먼지가 몸의 만성 염증을 초래하는 만큼 평소 생활습관을 개선해 염증을 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흡연과 음주, 운동 부족, 불규칙한 수면 등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서현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