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썰매장 붕괴 현장서 2명 구한 영웅… 가족 나들이 온 소방관

입력 2023-12-26 17:09
청주 눈썰매장. 국민일보 DB

성탄절 이브였던 지난 24일 충북 청주의 눈썰매장 시설물 붕괴 사고 현장에서 2명의 생명을 구한 이는 가족과 나들이 온 소방관이었다.

26일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충북안전체험관 소속 권민호 소방장(41)은 지난 24일 초등학생 아들과 아내와 함께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사고가 난 청주시 상당구 지북동 농업기술센터 눈썰매장을 찾았다. 그는 ‘우르릉’하는 굉음과 함께 비닐하우스 형태의 이동통로가 무너져 내리는 것을 목격했다.

당시 권 소방장은 무너진 이동통로 옆에 위치한 다른 통로에 있었다. 바로 뒤에 있던 시민 4명이 잔해더미에 깔렸다고 했다. 그는 즉시 다른 시민들과 함께 이들을 빼낸 뒤 “사람이 더 있다”는 아내의 다급한 외침을 따라 쏜살같이 무너진 이동통로 위쪽을 향해 이동했다. 그곳에선 성인 몸통만 한 얼음 더미와 철제구조물 속에 앳돼 보이는 남자아이가 거품을 물고 쓰러져 있었다.

그는 다른 시민과 함께 얼음덩이를 치우고 이 아이를 빼냈다. 이 시민에게 심폐소생술(CPR)을 맡기고 서둘러 구조가 위급한 다른 시민들을 찾아 나섰다. 부근에선 잔해더미에 눌려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의식을 잃은 또 다른 시민이 있었다.

충북안전체험관 소속 권민호 소방장. 충북소방본부 제공

권 소방장은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구조돼 오랫동안 숨을 못 쉬었던 것 같다”면서 “CPR을 하니 금방 의식을 되찾으셨는데, 하마터면 골든타임을 놓칠 뻔했다”고 회상했다.

그가 구한 남자아이와 여성은 당시 중상자로 집계됐던 2명의 환자다.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가 소방 당국 도착 전 회복했다. 권 소방장은 “소방관으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면서 “압사 위험이 있으니 잔해더미에 올라가지 말라는 등의 통제를 잘 따라주고 힘이 닿는 대로 함께 열심히 구조 작업을 펴 주신 시민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지난 24일 오후 4시29분쯤 이 눈썰매장에선 비닐하우스 형태의 이동통로가 붕괴해 10여명이 깔렸고 3명의 중경상자가 병원으로 이송됐다. 시 당국은 눈썰매장에 뿌린 인공 눈이 비닐하우스 형태의 이동통로 위에 적체되면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붕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주시 사고 대책본부에는 현재까지 8명의 관련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이 눈썰매장은 청주시의 위탁을 받아 민간이 운영하는 곳으로 지난 23일 개장한 지 하루 만에 사고가 났다. 경찰은 사고 당일과 이튿날 현장 감식을 진행했다. 이어 전날 눈썰매장 운영 업체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