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음식 먹고 혹평한 블로거… 자영업자 “힘 빠진다”

입력 2023-12-26 14:37 수정 2023-12-26 16:46
지난 20일 한 블로거가 리뷰한 자영업자의 음식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블로그 마케팅’을 이용했던 자영업자의 하소연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구고 있다. 마케팅 업체를 통해 ‘체험단’으로 참여한 블로거가 음식을 무료로 제공받고도 가게에 대한 혹평을 남겼다는 게 이유다. 분노한 누리꾼들은 해당 블로그에 찾아가 항의성 댓글을 달았고, 결국 블로거는 블로그의 댓글창과 일부 게시물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25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곱창집 업주 A씨가 올린 ‘더러워서 장사하기 싫네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화제가 됐다. A씨는 최근 업체를 통해 소개 받은 블로거에게 공짜로 음식을 제공하고 리뷰를 받는 ‘블로그 마케팅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한다.

A씨는 “장사가 너무 힘들어서 광고라도 해보려고 SNS에 광고를 부탁했다. 블로거분들 모집해 준다고 해서 10팀 정도 후기를 부탁드렸다”고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마케팅 업체와 계약을 맺은 블로거들은 정해진 2주 기한 안에 A씨 가게로 찾아와 음식을 먹고 리뷰를 남기게 돼 있다.

A씨는 “(한 블로거가) 마지막 날에 전화를 해서는 ‘점심 특선을 저녁에 줄 수 있느냐’고 해서 안 된다고 말씀드렸다”며 “저희는 장사하는 입장이라 블로거 분들 그렇게 편의는 못 봐준다”고 안내했다고 한다.

이후 A씨는 가게를 찾았던 블로거 B씨의 리뷰를 본 뒤 “어이가 없고 힘이 빠진다”고 적었다. B씨가 블로그에 “음식이 차고 밍밍하다” “제육볶음이 짜다” “배추 상태가 아쉽다” “2인 주문에 요구르트가 하나 나왔다” 등 혹평을 남긴 것이다. A씨는 B씨의 블로그 주소를 공유하면서 “좋은 글 올려달라고 공짜로 음식 제공하면서 블로거 모셨는데, 뭐가 문제일까”라며 하소연했다.

2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자영업자의 하소연.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B씨가 올린 ‘울산 ○○○곱창 찐 후기’를 보면 “본 포스팅은 업체로부터 체험 또는 음식만을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라고 소개됐다. 이어 B씨는 “점심특선이 2인분부터 된다고 해서 2인분 주문했는데, 밥이랑 요구르트를 1개씩만 줬다”며 “2인분이 나와야 맞는 거 아닌가. 의문이 드는 부분”이라고 썼다.

메인 음식인 제육볶음에 대해서는 “너무 짜다. 밥 반찬을 비벼 먹으라고 나온 게 아니라 술 안주로 만든 메뉴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라면서 “적당한 간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밥이랑 비볐는데도 짜다”고 평했다. 서비스로 나온 배추전에 대해서도 “차고 밍밍해서 딱히 서비스 받았다는 느낌은 안 들었다. 안 주느니 못한 맛이라 그냥 안 주는 게 나은 것 같다”고 했다.

이 밖에도 “반찬이 다 차가웠다” “제육은 따뜻한데 콩나물은 차갑다” “내가 좋아하는 배추의 상태는 좀” 등의 혹평을 이어갔다.

B씨는 “내가 맛보고 받은 느낌 그대로 온전히 적어보았는데, 아쉬움이 남는 성안동 맛집인 것 같다”며 글을 마쳤다.

이에 A씨는 “저희 점심 특선이 2인분 기준이라 그대로 나갔고 후식을 요구르트로 드리는 데 (블로거) 한 분이라 하나 나갔다”며 “진짜 손님도 아니고 그냥 음식 제공하는 건데 두 개가 나가야 하는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이어 “점심 특선을 저녁에 제공할 수 없다고 해서 그분이 짜증이 난 것 같다”며 “참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한 블로거가 울산 소재 곱창집의 제육볶음을 무료로 먹은 뒤 남긴 리뷰.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A씨의 하소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해당 블로거에게 분노를 표했다. “공짜 요구르트 하나 덜 줬다고 저런 짓을 하나” “블로그 글 보면 꼭 내 돈 내고 먹은 것처럼 써놨다” “공짜로 먹고 매너가 너무 안 좋다” 등의 반응이 많았다.

일부 누리꾼들은 B씨의 블로그와 SNS에 항의성 댓글도 달았다. B씨 블로그는 지난 25일 방문자만 3만명을 넘어섰고, 26일 오후 1시 기준 방문자 수도 3만명을 돌파했다. 현재 B씨는 블로그의 해당 글과 댓글창을 비공개로 전환한 상태이다.

7년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는 한 누리꾼은 “대개 체험단으로 갔을 때 업체의 음식이나 서비스가 너무 엉망이거나 기대 이하일 때는 양심상 리뷰를 쓸 수가 없다”며 “(그럴 땐) 그냥 돈을 지불하고 리뷰를 적지 않는 게 블로거들의 불문율”이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해당 자영업자를 질책하는 반응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블로거는 업체를 통해 음식을 제공받고 그 댓가로 리뷰를 적는 노동 행위를 한 것”이라며 “그런데 일부 사장님들은 단순히 공짜로 얻어먹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블로거들을 하대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것보다는 블로거라도 나의 잠재적인 손님으로 보고 그들에게 내가 한 번의 식사로 강한 인상을 남겨 우리 가게 음식을 어필하겠다는 마음의 자세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짚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