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인 지난 25일 새벽 서울 도봉구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아이를 안고 뛰어내린 아버지의 사인이 ‘추락사’라는 1차 부검 소견이 나왔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도봉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4층 주민 박모(33)씨와 10층 주민 임모(38)씨에 대해 각각 ‘추락사’와 ‘화재사’라는 부검 1차 소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박씨는 부검 결과 ‘추락에 의한 여러 둔력 손상’이 사인으로 추정된다. 그는 불이 난 집 바로 위층인 4층에서 부인과 함께 각각 생후 7개월, 2세인 자녀들을 대피시키다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박씨 부부는 두 살배기 딸을 1층 경비원들이 깐 재활용품이 담긴 포대 위에 던져 먼저 대피시킨 뒤 아내 정모(34)씨가 뛰어내렸다. 이후 박씨가 생후 7개월 된 딸을 안은 채 그대로 뛰어내렸다. 뛰어내리는 과정에서 머리를 크게 다친 박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화재 최초 신고자이자 또 다른 사망자인 10층 주민 임모씨에 대해선 ‘화재 연기 흡입에 의한 화재사’라는 소견이 나왔다. 그는 가족을 모두 깨워 대피시킨 뒤 마지막으로 집에서 탈출했지만 결국 11층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임씨가 계단으로 대피하던 중 연기를 흡입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방화 등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3층 등을 합동으로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