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경기도 광주소방서에 와플과 음료 등이 담긴 선물 박스가 배달됐다. 함께 배달된 편지 봉투에는 현금 200만원과 편지가 들어 있었다. 편지에서 기부자는 자신을 “예쁜 딸아이의 엄마이자 1년 전 오늘, 구조대원님들께서 구조해주신 한 남자의 아내”라고 소개했다.
기부자는 “일 년이 지난 오늘은 저의 예쁜 딸의 생일이자 남편의 기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날이 오는 게 힘들고 두렵고 무서웠지만 조금이나마 좋아할 일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남편과 커피 한잔 하고 싶을 때, 남편에게 옷을 사주고 싶을 때, 맛있는 거 사주고 싶을 때 조금씩 모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아이에게 아빠의 이름으로 무언가 사주는 것도 좋겠지만, 그날 애써주신 분들께 감사했다고 인사드리는 게 남편도 ‘우리 아내 정말 잘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며 “그날 이후 구급차를 보면 숨 막히게 힘들었는데 이런 생각(소방에 기부)을 하니 구급차를 보는 게 예전만큼 힘들지 않다”고 했다. 또 “감사한 마음에 비하면 턱없이 작다. 부담 없이 받아주시고 꼭 구조대원분들께서 필요한 곳에 사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광주소방서는 기부금의 경우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신고한 뒤 기부자를 찾아 나섰다.
배달 업체를 수소문한 끝에 확인한 기부자는 30대 여성 A씨였다.
중장비 기사였던 A씨의 남편은 지난해 12월 15일 현장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구급대원들이 응급처치를 하며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이날은 딸의 생일이었다.
소방대원들의 설득 끝에 A씨는 결국 돈을 돌려받았다. 대신 남편 이름으로 불우이웃을 돕는 데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소방 관계자는 “출동 중에 사망자가 나오면 유족으로부터 원망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분은 선물과 함께 진심 어린 편지까지 써주셔서 직원들 모두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