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제로’ 한다더니…OECD “韓 탄소세율 하락률, 44개국 중 3위”

입력 2023-12-25 17:40

한국의 실질 탄소세율이 지난 2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44개국 중 세 번째로 크게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탄소세율을 낮추면 탄소 소비가 촉진되므로 환경에 이롭지 않다. 정부가 공언해온 ‘넷제로(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 정책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OECD의 ‘실질 탄소세율 2023’ 보고서 따르면 올해 한국의 실질 탄소세율은 2021년에 비해 36.14% 하락했다. 이는 튀르키예(-54.64%), 인도(-48.02%)에 이어 세 번째로 큰 하락 폭이다. 반면 인도네시아(38.34%), 아르헨티나(28.08%), 멕시코(12.09%) 등의 실질 탄소세율은 올랐다.

보고서는 각국의 유류세 인하와 급격한 물가 상승이 실질 탄소세율 하락에 영향을 줬다고 봤다. 물가 안정을 위해 2년간 유류세 인하 정책을 유지한 한국도 이에 해당한다. 한국은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2021년 10월 유류세 6개월 인하 조치를 했다. 이에 2021~2022년 한국의 탄소세 실효세율은 24% 낮아져 44개국 중 하락률 13위를 기록했다. 이어 유류세 인하 조치가 계속 연장되면서 3위까지 오르게 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 14일 유류세 인하 조치를 내년 2월까지 한 차례 더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정부가 강조해온 ‘넷제로’ 친환경 정책의 집행 의지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보고서는 “각국 정부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해 가계·기업을 지원하려고 유류세를 낮췄을 수 있으며 그 목표가 탄소 가격 신호를 약화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면서도 “기후 변화 대응 시급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 인하 신호는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탄소 중립 목표 달성 유인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OECD는 2021년 가격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1t당 부과되는 세금 변화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휘발유·경유 등 각국 도로 수송 분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5% 이상 차지하는 연료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