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화’ 기준으론 서울 아파트 20%가 재건축 수혜 대상

입력 2023-12-24 19:29

내년부터 노후 주택이 몰려 있는 서울 아파트의 재건축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부가 준공 30년이 지난 아파트는 안전진단 전 재건축 절차를 시작하도록 제도를 정비 중이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185만 가구 중 20%가 재건축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993년 이전에 지어져 30년이 경과된 건축물은 전국에 301만7299동으로 전체 건축물의 41.0%다. 주거용 건축물의 경우 50.5%가 준공 후 30년이 지났다. 서울에만 30년 이상 지난 아파트가 37만 가구에 이른다. 정부가 재건축 기준 완화를 예고하자 서울 노후 아파트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특히 준공 후 30년에 가까워지고 있는 대단지 아파트의 수혜가 전망된다. 노원구 중계동·상계동, 중랑구 신내동, 강서구 등촌동, 동작구 사당동 등에는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중반 입주가 이뤄진 아파트 단지가 많다.

정부는 준공 30년이 지난 아파트는 안전진단 전에 재건축 절차에 돌입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합리화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건축 안전진단 등 재개발·재건축 관련 절차를 원점에서 검토해 내달 중 구체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안전진단은 재건축의 핵심 절차다. 안전진단 D~E등급을 받아야 조합설립 추진위원회 구성 등 본격 절차 진행이 가능하다. 문재인정부에서 안전진단을 강화한 후 2018년 3월~2022년 11월 전국에서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는 21곳에 불과했다.

안전진단 절차 폐지보다는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12월 안전진단 중 구조 안전성(건물 자체의 안전성)을 비중을 낮추는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올해 1월부터 재건축 안전진단에서 구조 안전성의 비중이 50%에서 30%로 낮아졌다. 대신 주거환경의 비중이 15%에서 30%로, 설비 노후도의 비중이 25%에서 30%로 높아졌다. 건물 기둥과 같은 구조적 안전보다 배관, 지하주차장, 승강기 등 주거환경이 재건축 안전진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졌다. 시간이 지나며 노후화한 시설 또한 재건축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안전진단 승인 전 재건축 착수가 가능해지면 재건축 사업 기간이 1~2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안전진단 절차를 통과하지 못해 다시 준비하기 위한 주민들의 비용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안전진단은 1회에 1억~2억원이 든다.

다만 즉각적인 주택 공급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공사비 인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 공급을 가로막는 요인들이 있어서다. 사업 기간을 1~2년 줄인다고 해도 사업 완료까지 필요한 기간도 짧지 않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전에는 재건축 인허가를 받는 게 관건이었다면 현재는 공사비 급등으로 개별 조합의 자금력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