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24일 조찬 회동을 갖고 더불어민주당의 분열 양상에 대해 깊은 우려와 불쾌함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김 전 총리는 특히 “국민의힘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앞세워 비대위 체제를 띄우고 강한 혁신 드라이브를 건 상황에서, 민주당이 분열하는 모습만 보이다가는 내년 총선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전 총리는 민주당이 분열을 극복하고 통합으로 나아가려면 신당 창당을 공언한 이낙연 전 대표를 포용해야 하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스템 공천’이 필요하다는 점을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정·김 전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모처에서 아침 식사를 함께 하며 이같이 논의했다.
두 전 총리는 우선 강성 친명(친이재명)계가 이 전 대표를 과도하게 모욕하는 상황을 깊이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이 ‘한동훈 체제’로 혁신 분위기를 띄운 상황에서, 정작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화합하기보다 오히려 분열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한 것이다.
특히 친명계 의원 일부가 이 전 대표에 대해 조롱 섞인 발언을 이어가는 점을 두고 “이재명 대표에게 화합을 통해 당을 끌고 나갈 의지가 있는 것이냐”는 취지의 비판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총리는 지난 18일과 20일 이 대표를 만나 ‘이 전 대표를 포용하는 행보를 보여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정·김 전 총리는 일각에서 이 전 대표를 향해 “혼자 뭘 할 수 있느냐”고 평가하는 데 대해 미안한 감정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전 총리의 신중한 태도 때문에 이 전 대표가 더욱 큰 비난을 감당하게 됐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전 총리는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행보에 동의하지 않고 거리를 유지해 왔다.
두 전 총리의 대화 속에서는 “공천이 더욱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당이 통합될 수 있다”는 취지의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친명계 조정식 사무총장의 지역구(경기 시흥을) 출마를 준비해온 김윤식 전 시흥시장, 한준호 의원의 지역구(경기 고양을)에 도전장을 내민 최성 전 고양시장이 예비후보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데 대한 비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는 비명(비이재명)계인 두 전 시장이 ‘공천 학살’을 당했다는 여론이 있다.
김 전 시장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당 지도부가 조 사무총장에게 단수공천을 주자 법원에 소송과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을 이유로, 최 전 시장은 고양시장 재직 당시 당정 협력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두 전 총리는 이날 이 전 대표와의 ‘3총리 회동’을 구체적으로 약속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 전 총리가 이 대표와 28일 회동한 뒤 ‘3총리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은 열려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두 전 총리는 신당에 공감하지 않기 때문에, 셋이서 무언가를 도모하자는 취지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