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하는 과정에서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의 ‘합리적인 리더십’이 빛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기현 전 대표 사퇴 이후 단 8일 만에 큰 잡음 없이 ‘한동훈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발표할 수 있었던 건 윤 권한대행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다.
실제로 윤 권한대행은 김 전 대표 사퇴 후 중진 의원 연석회의(14일), 비상 의원총회(15일),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18일), 상임고문 간담회(20일)를 잇달아 열어 당내 의견 수렴에 나섰다.
윤 권한대행은 22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동훈 비대위’에 회의적인 목소리를 냈던 이용호 의원을 향해 “후회 안 하셔도 될 것”이라며 “왜냐하면 제가 반대 의견을 가진 분들이 충분히 말씀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또 반대 의견을 내신 분들 의견도 다 녹여서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이 “이럴 줄 알았으면 비대위원장 논의 과정에서 다른 소리를 눈치 없이 안 내는 건데 살짝 후회된다”고 ‘뼈 있는 농담’을 하자 윤 권한대행이 이를 다독인 것이다.
이처럼 김 전 대표 사퇴 이후 당이 휘청거릴 때마다 윤 권한대행의 ‘합리적 리더십’이 발휘됐다.
한 초선 의원은 “당이 혼란에 빠지려 했던 위기의 순간마다 윤 권한대행이 있었다”라며 “윤 권한대행은 당내 모든 구성원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자리를 만들었고 실제로 경청했다”고 평가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당내 이견이 분출했을 때 이를 중재하고 해소하기 위해 윤 권한대행이 부단히 노력했다”며 “윤 권한대행의 강점인 ‘조용하고 차분한 리더십’이 없었다면 당은 더 큰 소용돌이에 직면했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답을 내려놓고 보여주기식 회의를 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지만 윤 권한대행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때마다 윤 권한대행은 “나중에 (비대위원장 인선) 결과가 발표됐을 때 왜 우리 의견은 듣지 않았냐는 불만이 가급적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해 달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지도부 관계자는 “윤 권한대행이 외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계획과 페이스를 유지했기 때문에 내홍 없이 안정적으로 ‘한동훈 비대위 체제’로 넘어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민지 정우진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