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담벼락을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한 혐의를 받는 10대 피의자가 세종대왕상에도 낙서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임군은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일하실 분에게 300만원을 드린다”는 글을 보고 연락해 자신을 ‘이 팀장’이라고 소개한 A씨를 알게 됐다. A씨는 지난 16일 오전 1시 임군이 사는 경기도 수원에서 출발해 오전 2시부터 경복궁 등에 낙서를 하라며 구체적인 이동 동선과 낙서 구역 등을 지시했다. 착수금과 택시비 명목으로 임군의 은행 계좌로 5만원씩 두 차례, 모두 10만원을 송금했다.
임군은 여자친구 김모(16)양과 함께 A씨 지시대로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하고 텔레그램으로 이를 실시간 보고했다. A씨는 이어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 동상에도 낙서를 지시했다. 그러나 임군은 경비가 너무 삼엄하다며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임군은 이후 A씨가 새롭게 지목한 서울경찰청 외벽에 낙서했다. 범행 인증 사진을 찍어 텔레그램으로 A씨에게 보내기도 했다. A씨는 “수원 어딘가에 550만원을 숨겨놓겠다”고 말했으나 실제 돈을 주지는 않았다. 또 경찰이 수사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임군에게 “두 사람 망한 것 같다. 도망 다녀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후 귀가한 임군과 김양은 사흘만인 지난 19일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전날 밤 문화재보호법 위반 및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임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양에 대해선 범죄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해 이날 오전 0시께 석방했다. 김양은 직접 낙서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 신원을 특정하기 위해 임군의 은행 계좌 거래내역을 확인하고 텔레그램 계정을 추적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