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비상대책위원장에 지명되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희망 기류가 우세하다. 한 전 장관의 젊고 스마트한 이미지는 국민의힘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놓을 요소로 평가된다.
국민의힘의 전통적인 약점인 청년·여성층의 표심을 얻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윤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도 긍정적 요인이다.
그러나 정치 경험이 없다는 약점은 계속 따라다닌다. 정치 신인이 공천 문제와 같은 난제를 풀 수 있겠느냐는 우려는 여전하다. “또 검사냐”는 비판도 아픈 대목이다.
한 중진 의원은 2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한 전 장관이 ‘윤석열 아바타’라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한 전 장관은 술을 마시지 않고 젊고 젠틀한 이미지가 있어 중도층이나 수도권 표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 재선 의원도 “한 전 장관에게는 청년·여성층이 거부감을 느끼는 ‘쩍벌 이미지’나 ‘아저씨 이미지’가 없는 것도 장점”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의 많은 의원은 한 전 장관이 지난 19일 “저는 누구에게도 맹종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발언 이후 국민의힘에서는 ‘수평적 당정 관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국민의힘의 지금 최대 숙제는 ‘용산 출장소’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한 전 장관의 발언은 ‘대통령실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한 친윤(친윤석열)계 의원은 “한 전 장관이 어떤 말을 해도 윤 대통령이 오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최대 무기”라며 “한 전 장관은 당정 관계나 김건희 여사 관련 의견도 서슴없이 개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야 투쟁력’도 강점으로 거론된다. 한 영남권 의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한 전 장관만큼 압박할 수 있는 인사가 누구 있나”라고 되물었다.
그러나 걱정거리도 적지 않다. 한 초선 의원은 “‘검사 공화국’이라는 공격에 얼마나 당했는데 돌고 돌아 또 검사를 비대위원장에 앉히나”라고 비판했다.
‘정치 신인인 한 전 장관은 공천 문제를 잘 처리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공천관리위원장이 공천 실무를 담당하지만, 공천 논란이나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비대위원장의 정치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치 신인이라 한 전 장관 주변에 문제 있는 인사들이 접근할 수 있다는 근심도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