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형제복지원 피해자 국가 손해배상 책임 첫 인정

입력 2023-12-21 14:15 수정 2023-12-21 14:42
부산 형제복지원. 국민일보DB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9부(재판장 한정석)는 21일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하모씨 등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총 203억여원을 지급하라고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하씨에게 11억원 상당의 배상액을 지급하라고 명령하고, 그 외 원고 25명에 대해서도 1억~8억원 상당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날 재판부는 먼저 오랜 기간 동안 강제 수용돼 고통의 시간을 보낸 피해자들에게 위로의 말부터 전했다. 재판부는 “1년당 약 8000만원을 기준으로 정하고 현재 원고의 정신장애 유무 등 기록에 나타난 사정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 다소 증액해서 위자료 액수를 산정했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불법행위는 공권력이 적극 개입하거나 또는 허가·지원·묵인 아래 장기간 이뤄진 중대한 인권 침해 사안이라며, 위법성 정도가 중하고 다시는 이 같은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억제할 필요성이 크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부랑인 단속과 수용’을 이유로 경찰 등 공권력이 부랑인으로 지목한 사람들을 민간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한 사건이다. 복지원에서는 강제노역을 비롯해 살인, 폭행 등 여러 인권 침해 행위들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형제복지원은 내무부 훈령 410호에 따라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운영됐다. 이 기간 복지원에는 모두 3만8000여명이 입소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657명이 사망하고 강제노역과 폭행, 가혹 행위 등이 일상적으로 자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