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鷄肋)은 닭의 갈비뼈로, 큰 쓸모나 이익은 없으나 버리기 아까운 것을 비유한다. 계륵이 유명해진 것은 ‘삼국지’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조조 때문이다. 후한 말 유비가 한중을 차지하기 위해 올라오자 조조가 이를 막아서면서 대치전이 펼쳐졌다. 반년 넘게 소모적인 전투가 지속됐지만 그만둘 수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조가 저녁 식사로 나온 닭고기 요리를 먹다가 암호명으로 무심결에 ‘계륵’으로 정했다. 이를 들은 부하 양수가 단번에 조조의 본심을 알아차리고 수하들에게 곧 철군령이 내려질 것이니 짐을 싸서 돌아갈 준비를 하라고 일렀다. 이것을 알게 된 조조는 양수에게 속마음을 들킨 것을 부끄러워하는 한편 점차 의심하기 시작했다. 결국, 시간이 흐른 뒤 양수는 조조에게 죽임을 당한다. 남들보다 뛰어난 양수였지만 자신의 재능을 주군 조조가 두려워할 것이라는 생각은 못 했으니 바로 헛똑똑이였던 셈이다.
두 인물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조조와 양수’가 오는 24~29일 서울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국내 초연된다. 원래 1988년 중국 톈진(天津) 창작경극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 극본, 주연배우, 연출 등 전 부문을 석권하며 경극을 부활시킨 창작경극이다. 중국 작가 천야셴이 쓴 작품으로 국내에는 지난해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한중연극교류협회의 제5회 중국희곡 낭독공연에서 소개됐고 이번이 정식 초연이다. 조조와 양수의 갈등을 소재로 권력과 지식인의 속성, 인간의 유한성을 사색한다. 2021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연출상을 받은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파스타’의 임지민 연출가가 낭독 공연에 이어 본공연의 연출을 맡았다. 원작은 중국 경극 대본이지만 한국에서 새로운 해석의 연극으로 선보인다.
조조 역은 연극과 드라마 그리고 영화 등을 오가며 활동하는 중견 배우 손병호가 맡았으며, 양수 역에는 최근 뮤지컬 ‘렛미플라이’와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에서 선명한 존재감을 보여준 배우 이형훈이 배우가 캐스팅됐다.
최근 한국 연극계에서는 중국 고전을 한국 무대로 옮겨 호평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연극 ‘조씨고아’를 시작으로 ‘회란기’ ‘낙타상자’ 등이 대표작이다. 이들 작품은 모두 연출가 고선웅이 각색 겸 연출을 맡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에 임지민이 고선웅에 이어 중국 고전의 성공적인 한국화를 이뤄낼지 주목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