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란 선동 판결은 오히려 호재’…또 지지층 결집

입력 2023-12-21 06:15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콜로라도주 대법원의 주 경선 참여 불가 판결은 오히려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콜로라도주는 민주당 우세 지역이어서 대세에 영향이 없고, 보수화된 연방대법원이 결정을 취소할 가능성도 커 오히려 지지층 결집만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NBC 방송은 20일(현지시간) “양당 관계자들은 이번 결정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 후보 지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긴다”며 “일부 민주당원들은 내년 11월 대선 때도 그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대선 캠프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그들은 화가 났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민주당이 임명한 판사가 선거 개입을 시도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NBC 방송에 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크리스마스 아침 대법원이 트럼프에게 9대 0으로 찬성 판결을 내렸다는 뉴스를 보고 깨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전략가인 크리스 코피니스는 “본 판결이 내려지기 전 나온 결정은 ‘트럼프 박해 콤플렉스’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며 “민주당원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트럼프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수석 전략가였던 데이비드 액셀로드도 “아이오와주 코커스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결정은 공화당 경선의 결정적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형사 기소가 될 때마다 지지층이 결집하며 지지율이 상승하는 기현상이 이번에도 반복될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 뉴욕타임스(NYT)가 시에나대 공동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58%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을 것으로 믿는다’고 답했지만, 내년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할 것이라는 응답은 46%로 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 응답(44%)보다 높았다. 특히 공화당 유권자 62%는 ‘유죄 평결을 받더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선에서 승리한다면 공화당 대선 후보가 돼야 한다’고 답했다.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들은 자신의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원하는 발언을 반복해야 했다. 최근 상승세를 탄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는 “누가 투표용지에 올라갈 수 있고 없는지를 판사들이 결정해선 안 된다”며 “나는 정정당당하게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민주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본선에 진출시키려고 이 모든 일을 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100%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가 비벡 라마스와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콜로라도 경선에 참여할 수 없다면 자신도 빠지겠다며 다른 경선 주자들도 동참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당 차원의 지원도 이어졌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어떤 시민도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할 권리를 거부당해선 안 된다”며 이번 판결을 당파적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당내 비트럼프계로 분류되는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주정부가 대선 후보를 투표용지에서 차단하는 것을 막는 법안도 발의했다.

트럼프 선거캠프도 “민주당이 우리를 경선에서 제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상황이다. 평화적으로 트럼프 편에 서는 데 기여해 달라”는 내용의 새로운 기금 운동을 시작하며 이번 결정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번 판결이 본선 경쟁력에도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NBC 방송은 “관건은 이번 판결이 스윙보터 유권자들을 더 쉽게 흡수할 수 있을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NYT도 “트럼프가 내란을 선동했다는 판결은 당내 경선에선 유리하지만, 본선에선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통령 피선거권 제한 문제에 대해서 “법원이 결정하도록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란에 개입했느냐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자명하다. 그는 확실히 반란을 지지했다”며 “그것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는 그 모든 것에 대한 자기주장을 배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