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해상풍력 시장…1년 새 ‘원전 1.4기 분량’ 확대

입력 2023-12-20 14:42

해상풍력 개발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해상풍력발전 경쟁 입찰 결과 모두 1431㎿ 규모의 사업이 낙찰됐다고 20일 밝혔다. 지난해에 99㎿급 1개 해상풍력발전 사업만 낙찰됐던 점을 감안하면 1년 사이 14배가량 규모가 늘었다. 뒤이은 초대형 프로젝트도 가시화 단계인 만큼 해상풍력발전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입찰은 ‘장기 고정가격’ 계약 체결을 위한 물량 확보 차원에서 진행됐다. 산업부는 태양광 1000㎿와 육상풍력 400㎿, 해상풍력 1500㎿ 규모를 공고했다. 경쟁 입찰을 통해 낙찰될 경우 의무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공급해야 하는 발전 공기업 6곳 등 25개 발전사에 20년간 고정 가격으로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장기간 일정 수익이 보장되는 일종의 ‘캐시카우’인 셈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분야는 풍력발전이었다. 해상풍력발전의 경우 당초 입찰 물량을 넘는 2067㎿ 규모의 8개 사업이 입찰을 신청했다. 이중 심사를 통해 한국남동발전이 추진하고 있는 완도금일(210㎿ 규모) 등 5개 사업 1431㎿가 최종 낙찰됐다. 육상풍력발전도 379㎿ 규모가 입찰해 이 중 40.1% 수준인 152㎿ 규모의 사업이 낙찰됐다. 전체 풍력발전으로 보면 1583㎿로 이번 계약에 따라 건설이 완료되면 원전 1.5기분의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공고 물량의 6.6%인 66㎿에 그친 태양광 발전과 대비되는 성적표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상풍력의 경우 1GW 당 5조원 정도가 소요되는 대형 사업이라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가능한 장기 고정가격 계약을 선호한다”며 “그게 이번에 많은 신청이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전력 공급 가격을 낮춘 것도 이번 입찰의 특징이다. 산업부는 입찰 업체가 제시한 장기 공급가격이 정부안보다 낮은 곳들에 가산점을 줬다. 해외보다 풍력발전 전력 단가가 더 비싼 시장 상황을 우회적으로 조정해낸 것이다.

해상풍력발전의 경우 향후 기하급수로 늘어날 예정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기준 전체 신재생에너지의 3.0%인 해상풍력발전 비중을 2034년까지 27.5%로 늘릴 계획이다. 이번에 체결된 물량 외에도 향후 물량이 더 늘어날 여지가 크다.

이 경쟁에 편승하기 위해 움직이는 곳들이 적지 않다. 노르웨이 국영기업인 에퀴노르는 한국남부발전과 손잡고 3GW급 추자도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사업 규모만 18조원에 달한다. 정부 목표치를 고려하면 이 역시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남부발전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오명을 떨칠 수 있을 지도 관심거리다. 향후 대규모 출자가 예상되는데, 지난해 기준 남부발전이 출자한 4개의 풍력발전 사업은 모두 손해를 보고 있다. 남부발전 관계자는 “아직 출자규모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