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탕 거울 속에 남자 둘이 ‘불쑥’…수안보 온천욕 여성 봉변

입력 2023-12-20 10:08 수정 2023-12-20 10:56
국민일보DB

충북 충주 수안보에 있는 한 관광호텔 온천에서 남성 두 명이 여탕에 실수로 출입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호텔 측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30대 여성 A씨는 지난 7일 오후 7시40분쯤 수안보 한 관광호텔 온천에 들렀다가 봉변을 당했다. 호텔 온천에서 목욕을 마친 뒤 파우더룸에서 알몸 상태로 머리를 말리던 중 거울 속에서 낯선 남성 2명의 존재를 발견한 것이다.

깜짝 놀란 A씨는 소리를 질렀고, A씨와 눈이 마주친 남성들도 놀란 듯 바로 뒤돌아 뛰쳐나갔다.

A씨는 즉각 항의했고, 호텔 측은 직원이 남성 고객들에게 옷장 열쇠를 주고 전화 통화를 하는 사이 이들이 여탕으로 들어간 것 같다며 과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 남성들은 “술에 취해 실수로 잘못 들어갔다”며 고의성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적 수치심과 불안감에 A씨는 결국 병원 정신과 진료 및 약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호텔 측 대응이 안일했다고 주장한다. 심각한 사안임에도 호텔 측은 보상금 100만원을 제시하며 사건을 무마하려 하고, 해당 남성들은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A씨는 호텔 대표의 사과를 요구하며 합의를 거부했다고 한다. 그는 민·형사상 대응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충주경찰서는 50대 남성 2명을 성폭력처벌법상 성적 목적을 위한 다중이용 장소 침입 혐의로 조사 중이다. 이들은 노동조합 단체 임원들로,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회식 중 술을 마시고 실수로 여탕에 들어간 것으로 경찰은 본다.

다만 경찰은 적용 법리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성들이 고의성을 가지고 여탕에 진입했다면 성폭력특례법이나 주거침입죄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으나 정황상 단순 실수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에서 남성들에게 고의성이 없는 것으로 보여 형사 입건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