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조선인 에세이스트로 식민주의와 국가주의를 비판하고 디아스포라와 소수자에 주목하는 글을 써온 서경식 도쿄경제대 명예교수가 18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72세.
출판사 연립서가는 19일 서 교수가 전날 저녁 온천 목욕 중 사망했다고 전했다. 장례식은 21일까지 일본 나가노의 자택에서 치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1951년 일본 교토에서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나 1974년 와세다대 문학부 프랑스문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부터 도쿄경제대에서 현대법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인권론과 예술론을 강의하고 도서관장을 역임했으며 2021년 정년퇴직했다. 2006년부터 2년간 성공회대학에서 연구교수로 머물기도 했다.
고인은 와세다대 재학 중이던 1971년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한국에서 공부하던 두 형(서승·서준식)이 구속된 뒤 구명 운동을 벌였고, 한국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 고인은 이때의 체험과 가족사를 바탕으로 국가주의에 대한 비판의식과 디아스포라의 눈으로 한국과 일본, 미술, 사회를 비평하는 책들을 다수 발표했다.
한국에서는 1991년 출간된 ‘나의 서양미술 순례’로 알려지기 시작해 ‘디아스포라 기행’ ‘난민과 국민 사이’ ‘고뇌의 원근법’ ‘언어의 감옥에서’ ‘나의 서양음악 순례’ ‘나의 조선미술 순례’ ‘다시, 일본을 생각한다’ 등 30여권이 책이 번역됐다. 비판적 지성과 예술성으로 무장한 문장으로 많은 독자를 낳았다. 고인의 새 책 ‘나의 미국 인문 기행’은 1월 출간을 앞두고 있다.
1995년 ‘소년의 눈물’로 일본 에세이스트클럽상을 받았고, 2000년 ‘프리모 레비로의 여행’으로 마르코폴로상을 받았다. 2012년에는 민주주의 실현과 소수자 인권 신장에 기여한 공로로 제6회 후광김대중학술상을 받았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