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에어아시아엑스의 비행기 운항 지연으로 승객들이 9시간 넘게 공항에서 대기하는 등 큰 불편함을 겪는 일이 발생했다. 지연 이후 적절한 대처도 이루어지지 않아 고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신혼여행으로 에어아시아엑스의 인천~쿠알라룸푸르 D7505 항공편을 이용한 한혜지(29)씨는 비행기 엔진 고장에 따른 출발 지연으로 9시간 이상 인천국제공항에서 머물러야 했다.
한씨는 “오전 7시35분 출발 항공편이었는데 (직원으로부터) 비행기가 정기 검사 중이라 정확한 출발 시간을 알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후 1인당 1만원짜리 식사 쿠폰을 주고 오전 11시까지 오라는 안내를 받았지만, 11시가 돼서도 비행기는 출발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한씨는 이어 “승객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오후 1시쯤 일부 직원이 비행기 결항을 인정했다”며 “그러나 오후 2시까지 공식 결항 안내 방송은 없었다”고 말했다.
여행 계획상 계속 대기할 수 없었던 한씨는 결국 자비로 다음 항공권을 예매했다. 한씨는 “항공사로부터 18일 오전 비행기로 바꿔준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렇게 되면 여행 계획이 망가져 버려 어쩔 수 없이 가장 빠른 다음 비행기를 현장에서 직접 예매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예상 출발 시간에서 약 9시간이 지난 오후 4시가 돼서야 공항을 뜰 수 있었다.
같은 항공편을 이용한 승객 A씨도 “당시 승객들은 안내도 없는 상태에서 각자 알아서 다음 항공편을 구해야했다”며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 승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하루를 그냥 날린 셈”이라고 말했다. A씨는 이어 “티켓 차액을 포함해 환불을 요구했으나 소비자보호원으로 가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승객들은 환승 비행기를 놓친 상황에서 항공사의 대처가 미흡했다고도 주장했다. 한씨는 최종 목적지인 몰디브로 가기 위해 쿠알라룸푸르에서 환승을 해야 했다. 그런데 한국에서의 이륙 지연으로 환승 비행기도 놓쳤다.
한씨는 “환승 비행기를 놓치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문의하니 (직원이) ‘현지에 이메일을 보내놨으니 도착하면 안내주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막상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는데 갑자기 분리 발권이기 때문에 책임지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자정이 넘어 현지에 도착한 한씨는 어쩔 수 없이 혼자 호텔을 예약했다고 한다. 그는 “12시가 넘어 호텔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다 겨우 한 곳에 들어갔다”며 “항공사에서 분리 발권의 경우 환승지에서 숙소를 제공할 수 없다는 사정을 미리 이야기 해줬다면, 사전에 예약해 낯선 곳에서 숙소 찾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랜 시간 준비하고 기대하며 떠난 신혼여행이었는데 집에서 출발한 지 40시간 넘도록 목적지에 도착을 못했다”며 “항공사의 미흡한 대처로 하루 140만원짜리 호텔을 날렸을 뿐 아니라 추가 발권 비용과 환승지 호텔 비용까지 부담하게 됐다. 에어아시아의 대처는 최악보다도 더 최악이었다”고 불만을 토했다.
에어아시아엑스는 말레이시아 국적기로 동남아시아의 대표적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다. 에어아시아엑스는 2019년 9월에도 쿠알라룸푸르를 향하는 항공기가 기체 결함으로 28시간 지연돼 운항이 취소된 바 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