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파리 하계올림픽 출전을 앞둔 국가대표 선수단이 ‘해병대 캠프’에 입소해 맹훈련에 임하고 있다. 국가대표 선수 사이에서 음주운전, 불법촬영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자 정신전력을 가다듬는다는 취지다.
19일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15개 종목 국가대표 선수 400여명은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에서 열리는 ‘원 팀 코리아’ 캠프 2박3일 일정 중 둘째 날을 보내고 있다.
이 캠프는 2024 파리올림픽에 나설 국가대표 선수의 정신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대한체육회가 추진했다. 황선우 우상혁 안산 등을 포함해 양궁 김제덕(예천군청), 펜싱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 오상욱(대전시청), 근대5종 전웅태(광주시청), 기계체조 여서정(제천시청) 등 핵심 전력들이 입소했다.
대한체육회 측은 이 캠프가 ‘옛날 방식’의 해병대 캠프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도전과 단결, 성실, 명예정신 교육 및 고취에 초점을 두겠다”고 설명했다.
캠프 훈련에는 ‘해병대 DNA 교육’ ‘팀 리더십 훈련’ 등이 포함된다. 해병대의 도전·단결·성실성 등을 고취하고 대화·협동·소통 교육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해양에서 긴급상황 발생 시 대처하는 법과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도 프로그램에 포함됐다.
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을 대상으로 해병대 캠프가 진행된 것은 최근 들어 끊이지 않는 선수들의 사건·사고가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축구 국가대표를 지낸 황의조(31·노리치시티)는 현재 옛 연인 등과의 성관계를 불법촬영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특히 그가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하며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지난 7월에는 스피드 스케이팅의 김민석 정재웅 정재원 정선교가 음주 및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켜 선수 자격이 정지됐다. 김민석 정재웅은 음주운전 혐의가 인정돼 8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약식명령에 불복해 최종적으로 4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를 두고 국가대표 선발 자격을 3년간 제한하는 ‘500만원 기준’에 맞춰 판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팀내 분란을 일으킨 데 이어 과거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논란을 빚은 이재영·이다영 자매 사건도 유명하다. 2021년 여자 배구 국대로 활동하던 이들 자매는 의혹이 점차 사실로 확인되며 국가대표 자격을 영구 박탈당했다.
다만 해병대 캠프 입소와 올림픽 성적 사이에 큰 관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체육시민연대는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것만으로 최고의 경기력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밝혀졌다”며 “(해병대 캠프 입소는) 아무리 힘들어도 스스로 이겨내는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들에게 실미도식 강제훈련을 강요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